'인터뷰 조작'을 통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농민들을 매도했던 <국정브리핑>의 수장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FTA체결후 극단적 양극화 위기에 몰린 멕시코 경제의 실상을 보도한 KBS-MBC에 대해 편파방송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김처장은 "참여정부가 조작된 미래를 홍보한다니, 이건 횡포"라고 주장,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인터뷰 조작'의 최고책임자가 하기엔 안쓰러운 강변이기 때문이다.
김창호 "참여정부가 조작된 미래 홍보한다니...이건 횡포"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4일 오후 국무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작심한 듯 "정부 정책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홍보처장으로서 요즘 FTA 보도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해보면 FTA에 대한 찬성 의견이 50~60% 수준"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최근 일련의 보도가 공익적 관점에서 과연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지 걱정이 든다"고 언론의 FTA 보도를 문제삼았다.
김 처장은 구체적으로 지난달 4일 미국과 FTA 협상을 체결한 멕시코를 다룬 KBS의 FTA 특집기획 보도에 대해 "멕시코 내 다양한 상황을 균형 있게 짚어 주기보다는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을 과도하게 반영했다"며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김 처장은 또 아직 방영되지 않은 PD수첩(4일 밤 방영)과 관련, "인터넷에 소개된 내용을 봤는데 (우리 보고) 조작된 미래를 홍보하는 참여정부라고 한다"며 "이 정도면 횡포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김 처장은 이밖에 "월드컵 때는 자사 이기주의와 상업주의에 완전히 몰두해 있다가 이 부문(FTA)에서는 과도한 정치적 색깔을 노출하는 시스템이 과연 공익적 측면에서 시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이 한미FTA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물의를 빚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연합뉴스
PD수첩 "참여정부, 한미FTA 덫에 걸리다"
MBC 'PD수첩'은 4일 밤 방송한 '참여정부, 한미 FTA의 덫에 걸리다' 편에서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거대한 숫자로 국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도, 몇몇 고위 관료들에 의해 밀실에서 정책이 결정되는 것도, 반대 의견에 대해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정부의 수사까지도 황우석 사태와 너무나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방송에 앞서 MBC홈페이지에 올린 예고글에서 “정부는 한·미 FTA 체결 시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등 홍보에 올인하고 있지만 정부 자료를 살펴봐도 이런 장밋빛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매우 미비했다”며 “더구나 취재결과 정부의 이러한 홍보자료가 급조됐으며 몇몇 자료들은 조작과 은폐의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FTA에 대해 정부가 의존하고 있는 유일한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차 협상을 불과 6개월여 앞둔 1월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급조된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부 보고서는 은폐된 사실을 지적한 것. 이같은 사실은 민주노동당 등을 통해서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PD수첩은 또 "정부가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4대 선결조건(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재개, 약값 재조정,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이 FTA 협상의 전제조건임이 밝혀졌다"면서 "'4대 선결조건을 해결해야만 한미 FTA 협상이 가능하니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문구가 명시된 PD수첩 입수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PD수첩은 이어 멕시코 현지취재를 통해 미국계 다국적식량기업 '카길'의 유통가격 조작으로 산지의 옥수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서민식량인 또르띠야 값이 3배나 폭등한 사실, 전체 일자리의 70%가 비정규직으로 바뀐 노동시장 악화, 수출물량이 배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은 상황, 중산층의 완전붕괴, 중소기업 붕괴에 따른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심화, 은행 민영화에 따른 공공성 상실과 부패 급증 등 구체적 현장 르포를 통해 한미FTA가 빈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음을 경고했다.
국정홍보처, 인터뷰 조작 직원에 '직위해제' 조치만...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공영 TV방송사 비난과 관련, 언론계에서는 '언론자유의 중대 침해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 처장이 이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언론사에서 기자로 재직할 때 무얼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언론계 인사들이 많다. 언론계에서는 김 처장의 공영방송 비판은 '공영방송은 정부정책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과거 권위정권 시절의 언론관에 기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던지고 있다.
특히 불과 며칠 전 한미FTA를 홍보하기 위해 '인터뷰 조작'을 단행해 정치권은 물론 보수-진보 모든 진영과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 처장이 "참여정부가 조작된 미래를 홍보한다니, 이건 횡포"라고 강변한 대목에 이르러선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앞서 국정홍보처는 '인터뷰 조작' 파문과 관련, 3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터뷰 기사를 두차례나 조작한 <국정브리핑>의 백모씨(국정홍보처 7급 직원)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만 내리고 사건 전반을 '감사'하는 최소한의 징계조치만 한 것으로 알려져, 김 처장을 비롯한 정부의 '모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