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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누가 그들을 '야구 드림팀'이라 불렀나

일본 아마추어팀에게도 역전패, 도하에서의 하루하루가 망신

지난 3월 야구종주국 미국과 아시아야구의 맹주 일본을 연파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하는 한국야구사에 영원히 새길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2006년을 힘차게 열어젖혔던 한국야구는 결국 '도하의 굴욕'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3연패를 목표로 대회에 참가한 야구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에게 연패당하며 3연패의 꿈이 조기좌절된 상태다. 첫 경기에서 패한 대만은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와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맹활약중인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지만 일본은 아마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물론 선수단 전체가 도하에 남아있는 하루하루가 망신이고 고통이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필리핀을 12-2로 물리쳤지만 별 의미없는 승리다. 하지만 약체팀들과의 경기에서 고전한다면 이 또한 만신이므로 결코 소홀할 수도 없다. 이래저래 힘빠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미숙한 작전운영-근성없는 플레이 '예정된 참사'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결국 김재박 감독을 위시한 코칭스텝의 상황판단 실패와 선수들의 사명감과 승부근성이 상실된 플레이가 빚어낸 '예정된 참사'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김 감독은 대만전을 앞두고 선취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선두타자의 진루와 번트 등 진루타를 통한 선제득점 이후 불펜진을 동원한 지키는 야구를 통해 대만을 물리치겠다고 구상을 밝혔지만 실전에서의 양상은 전혀 김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아갔다. 달라진 경기양상에도 김감독은 여전히 '작전야구'에 치중했다.

그러나 연습기간이 짧았던 대표팀은 오랜기간 김 감독이 훈련시킨 현대의 선수들이 아니었다. 번트도 많이 대 본 선수가 잘 댈 수 있게 마련이다. 연습에서 아무리 번트를 잘 댔더라도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하는 실전에서는 분명 다르다. 수많은 득점기회에서 진루타를 쳐내지 못하고 잔루만을 잔뜩 남긴채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는 한국야구의 공격은 과거의 그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반면 대만은 정확성면에서 다소 한국에 뒤졌지만 한국투수들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자신감있는 스윙으로 고비때마다 홈런을 터뜨렸다.

또한 여러 언론에서도 제기한 문제이나 김 김독의 투수운용이나 투수교체타이밍은 '그라운드의 여우'라고 하는 그의 별명이 무색할 정도였다. 상대 공격의 실마리가 풀릴라치면 그 맥을 끊어낼 수 있는 냉정하지만 적절한 투수교체를 결정해야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 감독에게서 그런 단호한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런 양상은 아마추어팀은 일본과의 2차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일본을 제압했다면 일본과 대만의 경기결과에 따라 또 하나의 '도하의 기적'을 기대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난 일본전에서도 4-2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투수교체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7-10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연일 투혼의 승부 펼치며 국가명예 드높이는 비인기종목 선수들과 대조

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라이얀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2006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 9회말 1사 1,2루, 조노 히사요시에게 끝내기 3점홈런을 얻어맞은 오승환이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선수들의 스트라이크 존과 대회 공인구 적응에 관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결국 선수단이 완전한 경기력을 펼쳐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패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병역특례 혜택을 지나치게 의식한 대표팀 구성도 최강의 선수구성이 아니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우승할 당시 한국대표팀에는 '드림팀'이라는 별칭을 붙었지만 이번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야구대표팀을 누구도 '드림팀'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야말로 '드림팀'이라고 부르게엔 부실한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야구팀은 이번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모든 한국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된 상황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눈물겨운 노력끝에 대회에 출전, 연일 메달소식을 전하고 있는 수많은 비인기종목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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