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수첩 파동' 과정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비박간 권력암투가 모습을 드러낸 것과 관련, 진보매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 조중동도 극한 절망감을 드러내면서 청와대의 즉각적 물갈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청와대가 연일 엽기적 분란의 진앙이 되면서 보수진영조차 절망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15일 사설 <이번엔 '문건 배후' 논란, 권력 암투 끝은 어디인가>를 통해 "음종환 행정관은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 등의 보좌관을 지냈고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 10명을 뜻하는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의 배후에 김 대표, 유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와 다음 원내대표 후보가 청와대를 흔들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와 유 의원 모두 친박(親朴)과 소원한 관계임을 감안하면 음씨가 하필 두 사람을 지목한 것은 권력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사설은 음종환-이준석간 진실게임에 대해서도 "누구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이런 음습한 일이 권력 핵심에서 또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꼴불견이 없다"고 개탄했다.
사설은 "지금 국민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에서 권력을 놓고 다투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도 친박·비박(非朴)이라는 여권 내부의 분열적 권력 투쟁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나라 경제 상황은 이런 암투(暗鬪)를 인내하며 봐줄 만큼 여유가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의 미어지는 가슴을 더 이상 외면하면 다음번엔 국민이 집권 세력을 외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차기정권 재창출 실패를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이날자 사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권당과 청와대의 파열음>을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문건 배후 논란은 삐걱대고 있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집권세력 주변에 루머와 억측, 음습한 뒷담화가 난무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게 집권 3년차 당청관계의 현주소라니 실망을 넘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사설은 "문제는 한낱 행정관에 불과한 한 인사의 술자리 발언으로 당과 청와대가 술렁대고 있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광경"이라며 "공교롭게도 음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 다음날인 지난달 19일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의원 7명의 청와대 만찬이 있었다. 당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가 빠진 게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김 대표를 왕따시킨 것 아니냐'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 기억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문건 배후 운운하는 얘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당·청 관계가 정상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음 행정관의 발언을 단순한 ‘술자리 뒷담화’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음 행정관이 배후 운운한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 문건 사건이 몇몇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게 된다. 청와대는 음 행정관에 대한 면직 처리로 그칠 게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인사 쇄신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즉각적 청와대 물갈이를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이날자 사설 <‘십상시 행정관’이 되살려낸 청와대 문건 스캔들>을 통해 "김 대표는 청와대 기류를 잘 아는 친박계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유 의원도 청와대나 친박계와 불편한 사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니 내용을 떠나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음 행정관의 입에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억측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청와대 문건의 허위 작성과 유출만도 엄청난 사건인데 민정수석비서관은 국회에 출석하라는 비서실장의 지시를 어기고 사표를 내는 항명까지 저질렀다. 여기에다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으로 또다시 정국이 어지러우니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그야말로 ‘콩가루 조직’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청와대를 '콩가루'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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