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KBS가 의원들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고 하는데 이래서는 나라 꼴이 문제"라고 비판한 데 대해 국회의원 54명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부절적한 발언"이라고 강력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이 성명에는 친노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해 열린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준비모임 등이 포함돼 청와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KBS와 EBS를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의원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개개 헌법기관인 의원 61명이 공동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행정부의 수반이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주관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과 국회내 민주적 논의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인 KBS와 EBS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은 87년 민주화의 성과로 공공기관운영법에 두 기관을 다시 포함시키는 것은 방송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가 배제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관료기구의 직접적 통제만이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사고야말로 매우 위험스러온 관료적 권위주의 발상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일로 '나라 꼴'이 걱정스럽다고 했는데, 정말 걱정스러운 '나라 꼴'은 61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입법안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최소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를 지녀달라"고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