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가계소득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며 새로 선정한 7천200 표본가구들에게 매일 가계부를 쓰게 하고 이에 불응하면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통고, 파장이 일고 있다.
5일 JTBC에 따르면, 맞벌이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달 통계청에서 가계동향조사 표본가구로 선정됐으니 새해부터 매일 가계부를 써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받는데도 손으로 가계부를 쓰고 일일이 영수증을 붙여야 한다.
김씨는 "퇴근하고 작성하는 데 보통 한 시간 이상이 걸렸고요. 무조건 써야 하고 정확하게 안 쓰면 또 과태료 대상이래요"라고 말했다.
통계법상 국가 통계 조사에 응답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개인에게 적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담당자는 "역사상 없었는데요, 이번에 하려고요"라며 과태료 부과 방침을 분명히 했다. 소득과 지출이 알려지는 걸 꺼리는 조사 대상자들이 응답을 거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면서 강제 수단을 쓰기로 했다는 것.
금융 정보가 다 담겨있는 가계부를 문 앞에 걸어둔 주머니에 넣어두면 걷어가는 식의 조사 방식도 논란거리다.
조사대상자인 김씨는 JTBC에 "제 개인정보가 다 들어가는 건데 그 사람이 볼지 다른 사람이 볼지 알 게 뭐예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도를 접한 SNS에는 "시대착오적 국가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매일같이 가계부를 쓰고 영수증을 부착하도록 하는 노동을 강요하면서 인센티브는커녕 불응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권위주의적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6일 논평을 통해 "가계동향조사를 빌미로 표본으로 선정된 대상자에게 직접 가계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만약 응답을 거부하면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어이가 없다"며 "통계청의 안내대로라면, 전국 2천만가구 중 연간 약 8만6천가구(7,200가구×12개월)가 조사대상이 된다. 1천가구당 적어도 4가구는 통계청의 표본으로 선정되어 가계부를 적어야 한다. 통계청의 부담스런 숙제에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 돼버렸다. 참으로 한심한 행정의 결과"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집의 소득부터 지출 내역까지 세상에 소상히 밝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통계청은 ‘나라가 하는 일에 당신이 표본으로 선정되었으니 적극 협조하라’는 식"이라며 "'비밀이 보장된다'는 말과 함께 '응답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겁박이 덧붙여진 셈이다. 날강도짓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빅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선전문구는 조지 오웰이 그렸던 감시사회의 주민통제와 압박의 수단이었다"며 "통계청이 지붕 안을 훤히 들여다보겠다는 발상부터가 권력에 의한 감시사회를 그리는 허무맹랑한 짓"이라며 과태료 부과 등 강압적 가계동향조사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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