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환율 폭등 때문에 아사직전"

인터넷 다시 '분노의 공간화' "환율 보다 멀미가 다 나요"

2008-10-08 18:55:18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주가가 1,200원대로 급락하는 등 8일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자, 인터넷상에는 환율폭등과 금융경색에 비명을 지르는 글들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다.

"정부 누구라도 중소기업 경리과에 하루만 있어 보세요"

이날 다음 아고라에서는 한 중소업체 직원이 올린 글들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으며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ID 'to heaven'은 "10년 동안 거래하던 거래처에서 현금 아니면 원.부자재 못 보내준다고 하네요. 저희 이사님, 전화해서 마감 후 15일 현금결제까지 제안했는데, 현금 주고 가져 갈거면 가져가시고, 아니면 다른 곳 알아보라고 하네요"며 "이사님 왈, '이거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또 한 두군데도 아니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담배 들고 나가십니다"라고 시중의 극심한 금융경색 상황을 전했다.

그는 "두 달 전만해도 다들 어음 + 현금 아무런 불만 없었습니다. 부도어음도 아니고"라며 "정말 정부 누구라도 중소기업 경리과에 가서 하루만 있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한숨소리 나오고 분위기 어수선하고 정말 누구 말처럼 짜증 지대로입니다"라며 현장감각이 결여된 정부를 원망했다.

그는 또 "일본, 스위스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선적일 다가오는데 엔화, 스위스프랑 쳐다보고 있으면 저의 스트레스도 그래프처럼 올라갑니다"며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할 시간에 멍하니 매매기준율 체크하고 있으니, 이제는 멀미가 다 밀려오네요"며 원-달러 환율 폭등에 절망감을 나타냈다.

이 글을 본 ID '바보인이'는 "저도 전화받기가 무서워요...몇 년동안 거래 잘 하던 업체들이 무조건 현금현금...우리도 어음받는 입장에서 어음할인 여유가 없으면 깡이라도 해야하니, 너무 힘드내여. 월급 제때 받는 것도 포기한지 오래에요"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ID '따듯한커피'도 "돈 달라고 전화 오는 곳은 줄지를 않고... 받은 어음 배서 해주는 것도 싫다고 무조건 현금 달라고 하시고...그런다고 큰 기업은 자금 꽁꽁 묶어서 안 풀고... 수금은 올 초에만 비교해도 50%정도 지연돼 수금되고... 납품업체는 납품 후 바로 현금 요구하고 ... 값은 2달에 한 번씩 올라대고...정말 빈사하겠습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환율 폭등 때문에 아사직전"

환율 폭등에 비명을 지르는 해외 근무자들의 글들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ID '상하이그늘짐'은 "2년 후면 마흔이 되는 가장입니다. 3년전 나름대로의 꿈과 자부심으로 중국으로 넘어와 나름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며 "하지만 전 현재 아사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된 한국기업에서 한국 돈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데, 1년 전과 지금 환율을 비교하니 40~45%정도 올랐네요"라며 "보통의 한국 시민들은 환율이 크게 와 닿지 않으시겠죠....하지만 어느날 당신 월급이 100만원이던 것이 60만원이 된다고 해 보세요...아마 저처럼 울고 싶을 것입니다"라고 절규했다.

ID '이서린'도 "저두 너무 답답합니다. 9월에 어렵사리 돈 간신히 맞추어서 남편이랑 같이 유학왔는데..오자마자 한달사이에 너무하네요....암담하고...돈이 30% 가까이 줄어버렸어요"라며 "정치인들도 경제전문가도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죠? 이젠 대통령을, 강만수를 탓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답이 있는것도 아니고...."라고 탄식했다.

ID '정우'도 "저도 주재원 생활하고 있는데, 얼마 전 주변에 아는 분이 진급을 했는데, 지금 진급하기 전보다 월급이 더 작답니다. 미칠 지경이지요, 물가 비싼 유럽에서는 특히나 더"라고 탄식했고, ID 'rock'은 "동변상련입니다...1억 송금하면 3~4천만원 환차손이 나니 배길 재간이 없습니다"라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한나라의 '달러모으기' 제안에 네티즌들 격노

김영선 의원 등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된 '달러모으기 운동'에 대한 불만도 대단하다. 아고라에서 실시중인 여론조사 결과는 8일 오후 6시 현재, 찬성은 1.3%(56명)에 불과하고 98.7%(4293명)가 반대할 정도로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다.

ID '물빛바다'는 "먹고 죽을래도 달러 없습니다... 있어도 못내놓습니다"라며 "누구 좋으라고 또 그 짓합니까? 절대 못내놓습니다.. 이 정부 어차피 1%의 정부이니 1%에게 내놓으라고 하세요"라고 반발했다.

ID '황용'은 "한달 벌어 생활비에, 주택비에, 그나마 조금 남는 거 저축하는데 달러 사재기할 돈이 어딨어"라고 반발했고, ID '불꽃놀이'는 "니들끼리 알아서해라. 서민은 달러는 고사하고 100원도 아깝다"라고 분노를 토로했다.

금융 위기 확산에 인터넷이 다시 분노의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4거래 일간 200원가량 폭등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1,380원대로 상승한 8일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원달러 환율변동의 추이를 살피며 죽으로 점심식사를 때우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2006-2025 Views&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