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오자와, 정국 주도권 놓고 기싸움

아베 "낡은정치 대표선수" vs 오자와 "깊이 없는 어린애"

2006-09-13 17:43:02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사실상 일본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고 있은 가운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12일 최대야당인 민주당 대표에 재선되면서 이들의 향후 정치 격돌이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보궐선거, 내년 참의원 선거가 정국 주도권 분수령

13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총재선거에서 아베 장관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자와 민주당 대표는 12일 고시된 당 대표선거에 단독으로 입후보, 투표 없이 임기 2년의 당 대표에 재선됐고 오는 25일 열리는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오자와 대표가 재선을 계기로 정권교체를 위한 본격적인 정치전쟁을 시작할 방침이며, 그 핵심 목표를 차기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아베 관방장관으로 정했다”며 “아베 장관의 정권 구상에 대한 분석과 당 대표 간 토론회 대책 및 10월 중의원 통일보권선거의 준비 등을 통해 민주당의 ‘타도 아베’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작년 ‘우정선거’ 참패 이후 1년을 보낸 민주당의 재건과 정권 탈취라는 과제가 ‘강한 어깨 오자와’의 두 어깨에 걸려있다”고 보도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주초부터 민주당 간부들에게 “아베 장관의 ‘아름다운 국가’라는 국가구상은 국가주의적, 복고주의적인 사고만이 선행하고 있어 깊이 있는 정치사상이나 이념이 없으며, 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실효 있는 대책은 포함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분석결과를 담은 A4용지 크기의 7장의 문서 ’아베 신조 장관의 정권구상에 대해’를 배포했다.

이 신문은 "이는 지난 1일 아베 장관이 출마 선언과 함께 발표한 정권구상에 관한 것으로 민주당 사무국이 항목마다 민주당과의 차이나 논전의 포인트를 정리한 ‘아베 대책 매뉴얼’"이라고 평가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11일 발표한 자신의 기본 정책을 통해 아베 장관의 ‘아름다운 국가’에 대항해 ‘공정한 국가’를 내건 뒤 민주당의 향후 집권 구상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아베 장관이 주장하는 헌법개정에 대해 “집권 여당 단독으로 개헌을 진행한다고 할 경우, 심의 중인 국민투표법안을 포함해 단호하게 싸우지 않을 수 없다”라며 대결자세를 강조했고, 아시아 외교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 내각에 의해 좌절된 아시아 외교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처방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장관이 일방적이고 낙관적인 희망을 진술한 데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오자와 “아베 구상은 국가주의적, 복고주의적 사고뿐” 타도 아베 앞장서

민주당은 특히 아베 내각의 출범을 앞두고 아베 장관의 정권구상 및 과거의 발언과 저서 내용 등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아베 장관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큰 숙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愼太郞) 전 외무성 장관 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으며, 이는 특히 사토 전 총리가 A급 전범 용의자이고, 일본사회에 위험한 측면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베 장관이 정치적으로 사토 전 총리의 유전자를 계승하고 있는 것인지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국 구상을 갖고 있는 오자와 대표는 12일 당 대표에 재선된 뒤 기자회견에서 내년 여름 열릴 참의원선거에서 승리, 정권을 교체하겠다며 아베 장관을 겨냥했다.

그는 또 이날 밤 <TBS방송>의 프로그램에 출연, “(참의원선거는)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의 연합정권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잡고 있어도 정권운영을 할 수 없고, 큰 (정계) 재편내용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민주당 정권의 첫 걸음”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시나리오를 밝히면서 일본 정가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라 오자와 대표는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을 과반수 이하로 떨어뜨림으로써, 아베 내각을 뒤흔들고 이어 중의원 해산에 따라 열리는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대규모 정계재편을 유발하고 민주당 중심의 정권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수시로 제기하면서, 큰 정치판에서의 경험이 일천한 아베 정권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타도 아베’ 시나리오를 민주당 내로 전파하며 기세를 북돋고 있다.

일단 첫 대결장은 오는 26일 차기 총리 지명선거를 위해 소집되는 정기국회. 오자와 대표는 이 정기국회에서 일본 국민들에게 선보일 '당대표 토론'에서 아베 장관을 정치경험이 일천한 '어린애'로 몰아붙여 아베 정권 초반부터 거센 공세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다음달 22일 열릴 가나가와 16구, 오사카 9구 보궐선거에서도 자민당을 꺾음으로써 아베정권 발족 후 갖는 첫 국정선거에서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으로 민주당은 20일 자민당 총재선거나 26일 총리 선거에 개의치 않고, 출마하는 의원 자신들이 동료의원들과 선거 벽보를 직접 벽에 부착하고 골목을 걷는 선거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첫 선거에서부터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것이다.

결국 자민.공명당과 민주당의 최대 결전지는 내년 7월 열릴 참의원 선거로 이들은 최근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 등을 분석하며 벌써부터 때이른 선거전에 돌입한 듯한 결연한 분위기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12일 회견에서 "오자와 대표 아래서 민주당의 노선이 '반대 야당'으로 돌아갈 것 같다"며 "무엇이라도 반대하며 정권을 탈취하려고 할 때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10월 중의원 보선, 내년 참의원 선거는 극히 중요하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아베 “낡은 정치인 오자와 상관 없이 일본 새롭게 이끌터” 내각 및 당 인사 심혈

이에 대해 아베 장관은 오자와 대표를 ‘낡은 정치의 대표선수’로 규정하며 자신을 새로운 자민당과 새로운 일본을 이끌 신 정권의 핵으로 위상을 설정한 뒤 집권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장관은 특히 올해 10월 중의원 보궐선거 뿐 아니라 내년 참의원 선거와 2008년 중의원 선거를 차례로 이겨 '개헌 정권'의 발판을 마련하고 5년을 목표로 세운 개헌을 위한 동력을 확고하게 굳힌다는 계획으로, 참모들과 함께 국정운영 구상과 함께 10월 보궐선거 및 내년 7월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를 주도할 차기 자민당 정조회장 등 인사에 고심하고 있다.

아베 장관은 오는 20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되면 즉각 차기 당 지도부로 구성되는 ‘정권인수팀’을 출범, '총리관저 주도'로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한다는 구상 아래 외교.안보정책은 총리실 산하에 신설할 예정인 '일본판 NSC'에, 국내 핵심 경제정책은 '경제재정자문회의'에 일임키로 하는 등 정권 구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또 총리관저 직속의 '교육개혁추진회의'를 설치해 애국심을 함양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과 교육수준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개혁을 주도케하고, 총리 보좌관을 지금의 2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한편 일본판 NSC의 사무국장을 겸임할 안보담당 보좌관에는 각료급 정치인을 기용하고 문부과학(교육)담당 보좌관도 신설키로 하는 등 향후 자신의 정권구상을 실행할 복안 마련 및 조각을 위한 인사를 속속 확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아베장관을‘어린애’ ‘햇병아리’ 등으로 부르며 90년대 초부터 일본 정치의 실력자로 부상해온 자신의 중량감과 해박한 경륜 등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있는 오자와 대표, 오자와 대표를 ‘낡은 정치의 대표 선수’라고 부르며 정치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일본 건설을 외치는 아베 장관이 조만간 격돌할 것이라며, 향후 ‘아베 대 오자의 전쟁’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가 10월 보궐선거의 행방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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