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닭치고' 폭발적 반향, 역설 "지난일은 잊자"
시대정신 "제발 잊지말자" 반영, 시청자와 '정치적 코드' 일치
KBS2 '개그콘서트'는 29일 밤 개그맨 김준호, 이상호, 이상민, 송준군, 임우일, 이창호, 안소미 등이 출연한 '닭치고' 코너를 첫 공개했다.
'닭치고'는 닭 고등학교에 다니는 교사와 학생들이 자신이 말한 것을 30초 만에 잊어버린다는 기발한 컨셉으로 구성돼, 방송 내내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폭소케 만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단순히 '언어 유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우선 교실 위쪽에 적혀진 교훈 ‘지난 일은 잊자’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세월호 참사이후 시대 정신은 '제발 잊지 말자'이기 때문이다.
30초만에 잊어버리는 '닭' 교사와 학생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잊지 말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선거때마다 온갖 공약 세례를 쏟아낸 뒤 선거가 끝나면 안면몰수했다가, 또다시 선거가 도래해 표가 아쉬우면 상투적 '읍소 전략'을 펴곤 하는 집권세력에 대한 풍자의 의미도 읽힌다.
'닭치고' 어디에서도 현실정치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닭치고'란 제목 자체가 현 시대의 금기를 깨는 고도의 '풍자 용어'이기 때문이다. 출연진과 시청자 사이에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문창극 강연 보도'로 문창극 낙마 사태를 초래하면서 가뜩이나 정부여당에게 찍힌 KBS에서 모처럼 나온 역작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벌써부터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개콘-닭치고'. 꽉끼오‧불닭‧후다닭까지 '웃음터졌다'. 교훈 '지난일은 잊자'...이 개그프로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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