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준 의경, '촛불 양심선언' 강행
"촛불 진압할 때 내 인간성은 하얗게 타들어갔다"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인 이 이경은 이날 저녁 서울 신월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권력에 의해 원치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의경 복무 중 촛불집회 진압 등의 업무가 나의 신념과 어긋나기에 현역 의경으로서 병역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이경은 '나는 저항한다'라는 제목의 양심선언문에서 “애초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에 복무하고 싶어 지원입대한 의경 업무가 생각과 많이 달랐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적개심을 갖고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심한 억압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방패를 들고 시민들 앞에 설 때, 폭력을 가할 때, 저희는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주어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날들이 반복되고 제 인간성은 하얗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밝혔다.
그는 "힘든 시간 동안 도피를 모색했지만 더 이상 도피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명령에 순응하면 스스로 이율배반적이고 껍데기에 불과한 인간으로 남을 것이란 불안감이 있었다"며 양심선언 배경을 전했다.
양심선언문을 낭독한 이 이경은 의경 상의를 벗고 '촛불소녀'가 그려진 티셔츠로 저항의지를 분명히 한 뒤, 신월동성당에서 전·의경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올해 2월 의경에 지원입대한 이 이경은 지난 25일 2박3일짜리 특별외박을 끝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양심선언을 하려다 부모의 만류로 회견을 취소한 바 있으나 이틀간 부모를 설득한 뒤 이날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이덕우 변호사,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전의경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이 이경과 함께 신월동 성당 요셉관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신월동성당에 수사관 십수명을 보내 성당에 진입하려 했으나 나승구 주임신부의 강력한 퇴거 요구로 성당 밖으로 물러났으며, 경찰의 진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고라 회원 50여명이 성당 앞마당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