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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일 고공농성 마친 건설노동자들

<현장> “건설노동자 현실 알려내는 성과 거둬”

13일 오후 올림픽 대교.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3명의 노동자가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앞에 나타났다.

최근 잇달았던 지역건설노조 지도부에 대한 검찰 구속에 항의하며 올림픽대교 75m 주탑에 올랐던 경기도건설노조 소속 남궁현 토목건축노조협의회 회장과 임차진, 서근영 조합원의 스스로 농성을 풀고 내려온 것.

이들은 지난 8월 31일 새벽 6시 30분경 기습적으로 농성에 돌입해 44일 동안 건설노조에 대한 검찰의 탄압과 국제노동기구 권고안 이행을 주장하며 추석 명절마저 탑 위에서 보냈었다.

농성에 들어가면서 “건설현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다치고, 죽어가는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려내겠다”고 밝혔던 이들의 투쟁은 검.경의 짜맞추기 수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75미터 주탑 위에서 가족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농성노동자들.ⓒ최병성 기자


44일간의 농성을 마치고 내려 온 김호중 위원장과 임차진.서근영 조합원이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최병성 기자


건설연맹과 농성 노동자들은 이날 낮 12시 40분경 올림픽 대교 위에서 고공농성 해산 기자회견을 갖고 스스로 농성을 풀었다.

농성 노동자들 "본격적인 현장투쟁.대중투쟁 나설 것"

김호중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설노조탄압 중단’과 ‘ILO권고안 이행’, 어느 것 한다 해결된 것은 없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건설노조활동이 알려진 것은 성과”라며 “실질적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중단을 위해 본격적인 현장투쟁과 대중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75m 주탑에 오르고 건설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서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현실이 여전히 가슴 아프다”며 “새로운 현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차진 조합원은 “주탑 안에서 잠 잘 때마다 들려오는 거센 바람소리가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통곡으로 들렸다”며 “건설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없이 사는 민중들이 잘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 딸아이와 함께 남편 서근영씨를 맞은 이기원씨는 “건강한 모습을 보게되서 기쁘다”며 “남편이 기죽지 말고 더 열심히 싸워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남편과 노동자들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1시15분경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가족들과의 짧은 상봉 이후에 곧바로 건강검진을 위해 인근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고 광진경찰서로 자진출두했다.

이들은 한 시간여의 경찰조사를 받은 후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원지검으로 이송된 임차진 조합원을 제외하고 오후 5시 30분경 석방됐다.

경찰은 한때 사전에 허용한 기자회견을 불허하면서 참가자들과 1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최병성 기자


경찰의 기자회견 봉쇄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최병성 기자


경찰, 기자회견 과잉대응 물의

한편, 이날 올림픽대교를 경비하던 경찰은 한때 건설노조 측과 합의했던 기자회견을 불허해 참가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1백여명의 참가자들은 앞서 오전 10시 올림픽 대교 옆 한강 둔치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주탑 아래까지 행진을 벌였지만 경찰은 행진대열이 대표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광진경찰서는 이들의 고공농성 마무리를 조건으로 대교 위 기자회견을 허용했지만 서울시경찰청이 불허하고 나서면서 현장에서 경비과와 정보과 형사들이 혼선을 빚은 것.

결국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인 끝에 주탑 아래 기자회견장에 건설연맹 지도부와 가족들 10여명만 참가하는게 허용됐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경찰의 방어선 앞에서 이를 지켜봐야했다.

건설연맹 "11월 건설노동자 대투쟁 나설 것"

한편 건설연맹은 지난 9월 14일과 30일 각각 연행됐던 이태영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광일 경기도건설노조 전 위원장의 첫 공판이 열리는 수원지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건설연맹은 지난 7월 발표한 8대 요구안 쟁취와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11월로 예고하고 있다.

건설연맹의 8대 요구안은 ▲다단계 하도급 근절 및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 반대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 등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죽음도 불사하고 구속을 각오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이 이렇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열악한 현장을 바꿔나갈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11월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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