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의 독배, 국민의 것이 됐다.
독배, 국민이 마셨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가가 정가의 관심사중의 하나다. 화난민심은 분노를 넘어 선거탄핵으로 집권여당에 참혹한 패배를 안겼고 존립자체가 뿌리 채 흔들리는 굉음수준이었기에 말이다. 무능과 오만으로 이어진 독선이 패배의 원이이다 혹은 개혁의 실종이 부른 정체성 때문이라는 진단 등 계파간의 이해득실에 따른 수습책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비상대책위가 대안으로 집약되고 막강한 권한위임으로 수습과 향후진로를 개척할 선장이 김근태 최고위원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독배라도 마시겠다는 그의 말에는 만년 2인자라는 설움과 오기 뒤에 가려진 기회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음이 엿보인다. 정치라는 것은 원래 대중을 상대한 권력놀음이다. 자신의 정치력을 대중에게 팔아 돌아오는 이윤의 값이 정치적 생명력과 인지도, 그 최후의 보루인 지지도이기에 정치인은 때로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결단력이 필요한 것이다. 김근태의 독배도 여기가 마지노선이다.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우유부단하고 조심스럽고 너무나 지고 지선한 상품만으로는 대중적인 인기를 거머쥘 수 없기에 마시는 독배일 것이다. 그 상대가 당원이든 국민이든 정치적 관계에 놓인 대상들이던 정치적 모험으로 그간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독배를 들고자 하는 것일 게다.
독배는 마시면 죽는 술이다. 마시고 죽고자하는 술이라면 과정에 실패한 최후의 결과에 마지막 운명을 걸며 마시는 술이다. 정치적 독배는 정치적 대상으로부터 권유받는 반갑지 않은 술잔이다. 김근태의 독배가 그렇다. 국민으로부터 권유받은 술잔을 예수의 십자가 보혈처럼 마시고 죽겠다는 진정성이 결여된 사욕 때문이라면 진짜 죽는 독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년 2인자의 설움으로 참패 앞에 드리운 사욕 때문에 독배를 들고자 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사약을 불러들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김근태의 독배는 그래서 독을 제거해야하는 순수성에 의한 독배마시기이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진정 국민이 무엇 때문에 축배의 장을 만들어주지 않고 독배의 술잔을 권유하는 지를 깨우쳐야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독배는 영원히 죽는 마지막 술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배는 김근태 보다 먼저 이미 국민이 마셨다. 기다리고 치친 국민이 마지막 배고픔의 분노를 못 이겨 끝내 독배의 저주로 선거탄핵을 집행했다. 정치력부재로 나타난 무능과 오만과 독선의 대결구도가 만들어놓은 허기진 정치적 분노와 경제적 배고픔 그 양극화의 泰山 앞에서 마지막절규의 분노로 독배를 마시고 탄핵을 집행했다는 말이다. 국민이 독배를 마실 때는 자포자기의 수순에서 독배를 드는 것일 게다.
정치에 고립되고 경제적 고통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분노의 표출이 독배마신 국민의 선거탄핵이다. 한번 마신독배의 독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마지막 잔이 독배, 최후의 만찬에서 마시는 술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김근태는 독배를 독배로 알아야한다. 독배를 위스키로 착각해도 독배를 포도주로 착각해도 안 될 것이다. 독배를 마실 각오 앞에는 진정한 반성이 전제된 무릎 꿇는 회개가 선행되어야 독을 제거시킬 수 있는 묘책이 나올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계파간의 이해득실에 치우친다거나 국민의 심정을 곡해한 잘못된 진단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배가 아닌 사약으로 가는 길이기에 말이다.
마지막 기로에서 김근태의 독배가 정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정계개편의 후폭풍이 도사리고 있는 전환기에 놓여있기에 더더욱 그렇다할 것이다. 어떻게 추스르며 어떻게 다독이고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향후 열린당의 그림이기에 그럴 것이다. 독배는 국민이 마셨다. 김근태의 독배는 과연 독이 제거된 독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진정한 독배가 되고 말 것인가? 그 기로에서 정계개편과 맞물린 열린당의 모습이 나타나기에 그럴 것일 게다. 김근태의 독배의 잔, 그 잔말이다.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