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3 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 실물경제 전문가인 자신이 이론가인 정 전 총장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운찬은 경제이론가. 누구나 정책은 만들 수 있어”
이 전 시장은 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자신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서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정 전총장에 대한 품평을 요구받자 “일단 나하고 친하다. 본인이 아직 나온다는 소리를 안했으니 언급하기는 조금 빠르다”면서도 곧이어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다만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방법은 아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차이인 것 같다”며 “나는 실물경제를 했기에 (이론가보다) 더 잘 안다. 이론은 직접 적용해 보면 실수가 나오지만 실물경제를 직접해 본 사람은 실수가 적다. 그게 차이”라고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비슷하게 알고 있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계획대로 실천하느냐가 문제”라며 “나도 정책을 만드는 데는 대학교수에게 신세를 많이 진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점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여, 교수들은 단순한 정책조언가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 전시장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정운찬 전총장을 자신의 '최대 상극'으로 여기며 정 전총장의 출마 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왔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대를 방문, 황우석 교수로부터 연구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정운찬 당시 서울대총장, 이해찬 당시 총리 등이 같이 있었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뉴욕이나 동경보다 비싸면 안돼"
이 전시장은 젊은 부부에게 아파트 한채씩을 주겠다고 할뿐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해 여권으로부터 포플리즘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부동산정책에 대해 “사실은 부동산 정책이야 내가 총괄적으로 더 많이 아는 편이다. 부동산은 단순히 하나만 해결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부동산 대책을) 자세히 얘기하면 선거공약이 된다. 내가 아직 정식으로 출마한다고 선언도 안했는데...”라며 또다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여기서 구체적으로 (대책을) 내놓진 않겠다"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내가 상당히 강하게 가지고 있다. 아파트 한 채 값이 뉴욕이나 동경보다 비싸면 안되잖는가”라고 덧붙여, 현재 강남 아파트 등에 거품이 끼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기존의 부자를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어려운 사람이 잘살게 하고, 잘사는 사람이 더 잘살게 하는 것”이라며 “(경기를) 경착륙 시켜서 잘 살는 사람이 망하게 하는 것은 정책도 아니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굳이 한자로 말하자면 ‘부국안민’(富國安民)이다”고 말해, 현재의 아파트 거품을 급속히 뺄 생각은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반값 아파트’에 대해선 “그것도 (집값을 잡는) 하나의 방도라고 본다”며 “다만 이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물량을 늘리는 데는 의문이 있지만 추후에 공급 물량에 제한이 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주택가격을 낮추는 것은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의 사자성어는 ‘한천작우’(旱天作雨)"
이 전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 지지율이 더블포링트로 벌어지는 등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내가 보기에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 안보 등 모든 기초 질서가 깨지다보니 이런면에서 총체적 위기감을 분명이 느끼고 있다”며 “결국 국가의 위기감에 따른 절실한 그런 상황에서 이같은 지지가 나온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 자신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들에게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결같은 기대감을 보면서 제가 굉장히 책임감이 크다는 생각, 더 신중하게 정책을 국민에게 밝히고 희망과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 또 내가 기대감에 비해 실망을 주지 않도록 겸허하게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책임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정한 것을 지목한 뒤 “지난번 대학신문 교수들이 사자성어를 만들었는데 2006년 한 해를 보내면서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며 “나는 2007년도를 앞두고 희망적인 사자성어를 만들었으면 해서 맹자 말씀의 한천작우(旱天作雨)를 꼽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천작우(旱天作雨)라는 말뜻은 7~8월에 가뭄이 들어 비가 오지 않으면 하늘은 자연히 구름을 지어 비를 내린다는 뜻”이라며 “백성들의 간절한 뜻에 따라 비가 내린다. 그래서 다시 싹이 트고 힘차게 살아난다는 뜻이다. 다른 뜻으로 하면 ‘나라가 도탄에 빠져 백성들이 간절히 원하면 하늘의 뜻에 따라 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올해와 내년을 이어주는 사장성어가 아니겠느냐”고 말해, '이명박 대세론'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비도덕적’이라고 지적받아 본 적 없다”
이 전시장은 정가 일각에서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흠결' 문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뭐 네거티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 아닌가”라며 “내가 CEO 출신이니까 막연하게 ‘문제가 있을 거다’ 하는 것이지 내가 CEO를 할 때나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또 시장 재임기간 등 어떤 환경에서도 비도덕적이라고 지적받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한번도 ‘어떤 비리가 있을 거다’라는 지적을 받지 않았다”며 “근본적으로 나는 네거티브할 만한 것이 없다. 없으니까 ‘뭐가 있다’ 하는 식으로 네거티브를 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대업씨 공작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이 ‘김대업 학습’이 돼 있기에 이미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국민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없는 걸 억지로 만든다고 되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밝은 세상인데 있었다면 서울시장 임기 중에 이미 나왔을 것 아닌가"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검증 시리즈'를 지목하며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황실테니스’ 얘기가 나오고 요즘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내가 흉내낸다고 하는데 나는 안경 낄 권한도 없는지”라며 비꼰 뒤 “최근에 가수 비 공연을 보러가니까 비가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 끼고 나왔던데 열린당이 보면 ‘비도 박정희 흉내낸다’고 그랬을 거”라고 열린우리당을 비난했다.
노무현-고건 설전 싸잡아 비판하기도
이 전 시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총리간 설전에 대해선 “허허. 글쎄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는데 ‘나한테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두 분의 문제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국민들이 볼 때 참여정부 초대 총리와 대통령 간에 설전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볼 때는 신뢰감이 떨어지고 불안하지 않나 걱정이 된다”며 두사람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발언에 대해선 “나도 아이를 군대에 보내봤지만 군대 보낼 아이와 부모, 당사자들은 기간을 단축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엄격하게 현재 국방력이 어떻게 될 지 숫자 계산을 안해봐서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데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남북 간 핵문제 때문에 ‘이게 혹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국민들이 걱정스러울 거”라고 노 대통령 의도를 의심했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을 비롯, 진수희, 이군현 의원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