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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명박>, '이명박 위인화' 논란

"선거법 위반은 정치권 역풍" "정주영과는 드라마때문에 금가"

지난 1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때 출간된 책 중 하나인 <만화 이명박, 유쾌한 MB씨>(청계출판)의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만화 이명박>은 <조선일보> 4컷 시사만화를 그린 만화가 안중규 씨와 안태근 씨가 펴낸 책. 현재 <만화 이명박>은 전국적으로 3천2백부가 팔려나가며, 교보문고 3월 셋째주(14∼20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비소설 부문 6위·종합 20위에 올라있다.

이 전 시장은 이 책 머릿글에서 “저의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 도전, 또 도전하라! 제가 청소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한마디"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도 "정치권 역풍"으로 미화

이 책의 주독자층은 청소년. 선거권이 없는 연령층을 겨냥한 책인만큼 '대선용'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책 곳곳의 내용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일대기를 담은 <만화 이명박> ⓒ뷰스앤뉴스


<만화 이명박>은 이 전 시장의 1인칭 화법으로 기술돼 있다.(이하 주인공 이명박) 주인공 이명박은 1백44쪽에서 “정계에 들어와서 난 몇 가지 상처 아닌 상처를 입었어요”라며 그 이유에 대해 “하나는 정치인으로서 다른 배를 타야했던 정 회장(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관계에요. 다른 하나는 재산이 많다는 여론재판이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 이명박은 1996년 종로 보궐선거와 관련, “난 혼신의 유세를 해 나갔고, 선거결과는 대승이었어요. 이종찬 33%, 이명박 40.5%, 노무현 17%”(1백68쪽)라고 노무현 후보를 이긴 자신의 압승을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사실상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실은 빼놓은 채 주인공 이명박은 책 1백70쪽에서 “1998년 11월, 난 미국으로 향했어요. 정치권의 역풍과 시련 속에 의원직을 사퇴한 후였죠“라고 말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올 게 확실하자 서둘러 의원직을 내놓았던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정치권의 역풍과 시련”으로 미화하고 있는 셈.

"노점상 칼 들이대며 공무원 위협"에 철거 노점상들 반발

또하나 문제가 되는 대목은 <만화 이명박>이 총 20쪽(1백81~2백1쪽)에 걸쳐 이 전 시장의 최대 역작으로 소개하고 있는 청계천 사업.

1백90쪽에서 주인공 이명박은 “서울에서 노점상이 가장 많은 곳이 청계천이었어요. 노점이 불법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야. 강제로 쫓아낼 게 아니라, 자진 철거를 유도해야 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이같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노점상이 칼까지 들고 시청에 난입해 공무원들을 위협했다고 <만화 이명박>은 묘사하고 있다. <만화 이명박>에서 노점상은 식칼을 공무원에게 들이밀며 “이 놈들 다 XX 버릴 거야! 너 죽고 나 죽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은 “그럼 찌르세요! 난 죽고, 당신은 감옥가겠지만, 그래서 뭐가 해결된다면 맘대로 하세요!”라고 의연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에 노점상은 자진해서 칼을 버리며 “내가 빚에 병에 시달리다보니 이렇게까지 됐습니다”라고 울먹였고, 이에 공무원은 “오죽 답답했으면 이러고 오시겠습니까”라고 다독거리는 장면이 묘사된다. 책은 훗날 동대문운동장내 풍물시장으로 영업장소를 옮긴 노점상들이 장사를 잘 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한기석 풍물시장 자치위원장은 이와 관련, “장사가 안돼서 상인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그런 허위 사실을 만화로 그릴 수 있냐”며, 또 노점상이 칼을 들고 시청에 난입한 사건과 관련 “도대체 누가 칼을 들고 공무원 목에다 협박할 수 있냐. 우리가 폭도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히려 서울시측은 우리와 약속했던 전기 천막 지원을 어기는 등 당초 세계적 풍물시장 지원을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개별 70만원씩, 총 6억원을 들여 풍물시장 전기 천막 공사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계천 노점상 철거에 반대하며 지난 2002년 8월 분신한 고 박봉규씨 사례를 들며 “서울시의 무리한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 2백5일만에야 겨우 장례를 치른 마당에 어떻게 청계천 노점상 문제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마무리 된 사업이냐? 그런 사실들은 쏙 빼고 어떻게 그런 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듯 책이나 팔 수 있냐”고 비난했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연말로 예정된 풍물시장 철거로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청계천 노점상들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만화 이명박>은 청계천 공사 시, 노점상들의 반발과 관련, 노점상의 과격함만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뷰스앤뉴스


“정주영과 30년 인연, 드라마 주인공 문제로 금 가”

<만화 이명박>은 최근 이명박 전시장이 높게 떠받들고 있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묘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명박 전시장을 일순간에 국민적 스타로 만든 1990년의 인기드라마 <야망의 세월> 탄생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주인공 이명박에 따르면, 당초 정주영 회장은 “내 업적을 홍보할 드라마를 하나 만들자!”라며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제작팀이 자료 요청을 하니 만나보시오”라고 이 전 시장에게 지시하는 대목을 그려넣고 있다.

그러나 당시 담당 PD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이명박 전 시장을 고집하자, 이에 주인공 이명박은 “내가 주인공인 건 안됩니다. 현대를 일으키고 경제성장을 이루신 분은 정 회장님인데. 어떻게 내가...”라며 극구 사양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국 <야망의 세월>의 주인공으로 이 전 시장이 채택되자, 정 회장이 “주인공이 내가 아니잖아! 도대체 사실과 하나도 안맞아! 작가한테 아예 쓰지 말라고 해요! 이제껏 이명박이 설득해서 안되는 일이 없었는데 이건 못해요?”, “좋아. KBS 사람을 만나서 수정을 요구하겠어!”라고 분개한다.

주인공 이명박은 “이 한편의 드라마로 인해, 30년 가까이 지내 온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답니다”라고 말했다. <만화 이명박>은 정 회장이 “이명박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라고 이 전 시장을 의심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만화 이명박> 작가는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정 회장의 사진과 함께 비판적으로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작가는 정 회장에 대해 “그의 경영스타일이 개발주도형 국가정책과 맞아 떨어져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빛을 발하였으나 그러나 노태우 시절 문화일보 창간, 국민당 창당 등으로 노태우, 김영삼 정권까지 정부와 소원해져 경영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햇볕정책에 편승하여 대북사업을 주도하여 재기하는 듯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현대사태의 원인이 되었고, 그의 사후 현대그룹도 3개 소그룹으로 분리되는 운명을 맞았다”고 기술했다.

현대가에서 보면 적잖이 불쾌한 내용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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