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올드보이 줄서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9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공개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빚 갚기 위해 박근혜 지지, 이회창-최병렬도 같은 생각”
서 전 대표는 이 날 박 전 대표의 캠프가 마련돼 있는 여의도 엔빅스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빚을 갚으러 왔다”며 “저는 2002년 대선의 패장으로 한나라당을 기우뚱하게 만든 책임의 빚이 있다”고 박 전 대표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02년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탄핵파동까지 이어져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며 “당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7%대였다. 최악이었다. 언론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이 대표가 되면서 달라졌다”고 당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 당시 박 대표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나 최병렬 대표, 그리고 많은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시∙도의원 등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도움을 받아 선거에 당선된 많은 분들과 우리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당원, 그리고 한나라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국민들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는 탁월한 리더십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며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했듯이 지금 나라 안팎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도 분명히 구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하나도 경제, 둘도 경제, 셋도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부친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국가경영 수업을 받은 분”이라며 “다른 그 누구보다도 확고하게 경제발전의 철학이 몸에 밴 분이기에 나는 박 대표를 믿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후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캠프 합류를 선언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이 훨씬 지지 높지만... 누가 당을 살렸는지 깨달아야”
한편 서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겨냥, “지인들은 나에게 ‘지금 타 후보는 여론조사가 월등히 높은데 왜 그 분들에게 가지 않고 박 전 대표에게 가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제 자신의 정치적 재기나 차기 자리를 약속받아 박 전 대표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 또한 도움을 청하며 그렇게 제안하는 스타일도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가 이제껏 순박하고 정의롭게 정치해왔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기에 내가 여기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에 혜택을 입은 분들도 벌써 (박 전 대표의 치적을) 잊어버렸다”며 “저는 오늘을 계기로 이 분들이 다시 고마움을 느끼고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해, 향후 이 전 시장측에 줄 선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박 캠프 내에서 선거대책 위원장보다는 고문직에 머무를 것임을 강조한 뒤 “국민이 우려하는 캠프와 캠프간의 문제를 해결하여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올드 보이들’까지 총출동한다는 비난 여론에 대해 “처음에는 중립에 서 있으려 했으나 제가 중립에 있다가는 양 진영간 충돌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또 전임 대표로서 후임 대표를 돕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불붙은 '올드보이 전쟁'
5선 관록으로 아직도 수도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 전대표의 박근혜 지지 선언으로 최근 이 전시장과의 당내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는 박 전대표의 추격에 한층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올드보이간 전쟁'도 치열히 불붙는 양상이다.
서 전대표는 앞서 지난주말 자신의 보스였던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 김 전대통령과 달리 자신이 박근혜 전대표를 지지하게 되었음을 알렸으나, 김 전대통령은 불쾌한듯 구체적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시장은 이에 앞서 김영삼 전대통령,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의 지지를 얻으며 올드보이 영입전에 불을 붙인 바 있어 앞으로 올드보이 전쟁도 치열히 불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