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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김대중 "이-박 쪼개져도 좋으니 막판엔 합쳐라"

'경선 연기' '경선 폐기', '분당 수용' 입장까지 밝혀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치열한 이명박-박근혜 갈등에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이-박 두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막판에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분당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보수진영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극한갈등에 보수진영이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다.

김 고문은 7일 '이명박·박근혜도 막판 단일화로 가자'는 칼럼을 통해 "사람들은 그동안 두 사람의 너절한 인신공격과 엊그제의 만남까지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이들이 경선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서로 갈라서서 독자의 길을 모색, 결국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간의 우려가 결코 우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좌파세력의 재집권을 봉쇄할 우파의 정치적 역량은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두 대권 주자가 여기서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면 더 싸우도록 시간을 연장시켜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대립과 대결의 시한을 8월의 경선으로 정해놓고 그나마도 서로가 동의할 수 없는 조건과 방법을 승복하라는 것은 집권과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벼워 보인다"며 "그래서 경선 시기를 대선에 임박해 늦추거나 아예 경선을 없애 두 사람이 원 없이 지지도를 올릴 만큼 올려보고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볼 만큼 해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경선 연기 또는 경선 폐기를 주장했다.

김 고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불가피하다면 서로 갈라서서 독자적 세력을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당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다만 한가지 대전제가 있다. 두 사람은 끝까지 경쟁하되 선거 막판에 가서 자신의 지지도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냉엄한 평가를 토대로 한 사람이 용기 있게 사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판 후보단일화를 도모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자는 것"이라고 조건을 붙였다. 그는 "범(汎)여권 또는 좌파세력은 이번에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가 막판에 단일화하는 것으로 ‘재미 좀 보려고’ 하는 모양인데 야권이라고 그런 게임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5년 전 이회창씨가 일찌감치 후보로 정해져 뭇매를 맞고 낙마한 것도 좋은 교훈"이라고 거듭 '막판 후보단일화론'을 폈다.

그는 "야당 대권주자들이 상대당 후보는 아직 모습도 보이지 않는 데다 투표는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에의 꿈을 일찌감치 접으라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되기 어렵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스스로의 표를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물론 경선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벤트성(性) 흥행효과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 흥행이 경우에 따라서는 표를 깎아먹는 악재가 될 수도 있으나 그것이 막판 후보단일화 또는 드라마틱한 통합의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그것들을 덮어버릴 수 있다"고 거듭 자신의 주장을 폈다.

그는 그러면서도 "만일 그 어느 누구도 사퇴하지 않고 투표까지 간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이번 대선에서 좌파가 단결하고 또 한번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현 상태로라도 야권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마당에 이·박 두 사람이 양립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그렇게 겨뤄볼 여유를 주고 유권자들이 판단을 내릴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두 사람이 끝까지 오만과 편견을 버리지 않고 투표까지 간다면 그것은 두 사람의 정치적 사망이고 야당지지세력의 좌절이며 우파의 한계이자 대한민국의 숙명일 뿐"이라고 후보단일화 불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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