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명박 대세론'이 흔들리는 데 따른 결과인가, '이명박 지지' 취소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상도동계 전 의원들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명박 전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 지지선언을 했다. 이명박 캠프는 앞서 33명의 전 의원들이 이 전시장 지지를 약속했다며 명단을 배포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직후 상도동계 좌장급인 서석재 전의원측이 즉각 본지 등 언론마다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서 전의원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전시장 지지 입장도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언론은 서 전의원의 이름을 빼고 지지 전 의원 숫자도 33명에서 32명으로 고쳐야 했다.
같은 일이 22일 또 일어났다.
지난 20일 청년실업대책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의원 74명이 공동명의로 이명박 경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실명 64명, 익명 10명이었다. 1백4명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70%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최근 지방에서는 이 전시장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나 서울과 수도권은 절대아성임을 보여주는 '세 과시'였다.
그러나 꼭 그게 아니었다. 명단에 포함된 일부 시의원들이 자신은 토론회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이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한 적이 없는데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일부 의원들은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 진상을 밝히자고까지 했다.
이같은 내홍은 <시민일보>의 21일자에 기사로 활자화됐다. 박근혜 선대위의 이혜훈 대변인은 22일 이 기사를 들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읽더니 “민약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특정 캠프의 도덕성에 굉장히 중대한 사안으로, 캠프가 잘못 있는 분들에 대해 일정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한다”고 이명박 캠프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참석자 명단에 오른 분 중에 우리 캠프에 잘못 된 것이라고 해명하는 전화가 오늘만 15통 정도가 걸려왔다”며 L, N, L, J, Y, L 등 6명 가량의 시의원 이름을 소개했다.
구상찬 박근혜 캠프 공보특보는 “모 시의원의 경우 포럼 당일 현장에도 없었고 독일 출장 중이었다”며 “그 사람은 오늘 아침 귀국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변인이 거론한 L 시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포럼 참석 뒤 다음 날 <동아일보> 등 몇 개 신문 기사를 보니 이명박 지지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며 “나는 엄정 중립인데 내 이름이 올라와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Y 의원 역시 “포럼 개최전에 지지명단에는 죽어도 내 이름을 넣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일방적으로 넣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의원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협의회'(대표 김규환)는 22일 숙의 끝에 문제를 제기한 몇몇 시의원들의 이름을 지지자 명단에서 빼고,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키로 했다.
이명박 지지선언 플랭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시의원들. ⓒ뷰스앤뉴스
정가에서는 세칭 '동지들'끼리는 본인 동의를 받지 않고 '집단서명'을 받거나 또는 '집단성명'을 발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 잇따르는 이명박 지지 철회 소동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 이상의 의미로 정가에선 해석하고 있다. 문제의 반발이 이명박-박근혜 지지율이 좁혀들고 있다는 여론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
실제로 이번 서울시 지지성명을 주도한 이윤영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는 포럼 개막 이틀전까지 명단에 들어갈 시의원들을 모두 전화를 걸어 지지 명단에 포함하겠다는 의사를 물어했다”며 “지지 명단에 넣어도 좋다고 해놓고 지금와서 그분들이 아니라고 하면 나로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또다른 이명박계 시의원은 “박근혜 캠프가 거론한 6명의 시의원 중 L 의원은 나중에 우리하고 사진까지 찍어놓고 이제와서 그런 얘기를 하냐”며 “또 J의원의 경우 나랑 옆자리 앉아 이명박 시장이 온 것도 박수치고 했으면서...”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소동을 지켜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세론이 계속돼도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