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4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더라도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켈리 전 차관보가 조지 W.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외교적 해결의 길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 결정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미.일은 (북한에 유화자세를 취하는) 중국과 한국에 큰 우려를 표명하겠지만 외교적 해결과 6자회담의 길을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계획 포기 전략적 결정 하지 않아”
켈리 전 차관보는 이 회견에서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해서 위협을 조장하고는 (1998년 대포동 발사 이후)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채 이익을 얻어왔다"며 발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한편 최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주장한 선제공격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그가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있을 것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해 위협을 만들어서 (지난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 없이 이익을 얻게 됐다”라며 실제 북한의 발사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일본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비난 결의나 제재 조치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6개국 협의에 의한 외교적 해결을 지향하는 기본 자세는 견지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방침)을 결단했던 것은 지난 2002년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헬리콥터로 북한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비무장 지대를 시찰할 당시로 “서울에서 너무나 가깝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은 여기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괴멸적 결과가 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다고 켈리 전 차관보가 밝혔다고 전했다.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 미 국무부
<마이니치신문>은 켈리 전 차관보가 이같은 부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북한과는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하고, 다만 현재의 6개국 협의가 “잘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으면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켈리 전 차관보는 지난 5월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다자 틀 속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의 정책은 옳다"면서 "그러나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득이 되거나 최소한 중간 정도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접촉을 피하면 6자 회담을 회피하는 북한에 빌미를 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북한 간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최근 한반도 관련 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1년부터 2005년초까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켈리 전 차관보는 부시1기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북한과 핵 관련 협상을 담당했으며, 퇴임 후 하와이에 머물고 있다.
부시 정부 들어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대북 정책을 총괄하면서, 2002년 10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특사자격으로 파견됐던 그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수석국장을 역임했고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퍼시픽포럼 의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