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강력반발하던 장안동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8일 세칭 '경찰 상납 장부'를 언론에 공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8일 YTN에 따르면, 장안동 성매매업소 업주가 YTN에 공개한 장부에는 지난해 500만원에서 700만원을 받은 경찰관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문제의 장부에는 업주가 경찰관 실명과 뇌물 제공 시기, 장소 등을 친필로 빼곡히 적고 있다.
한 예로 여성청소년계 A경찰관에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대가로 지난해 4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00만원을 건넸고, 뇌물을 준 곳은 식당과 거리, 공원이다. B경찰관에게도 세 차례에 걸쳐 700만 원을 줬고, 질서계의 C경찰관에게는 길거리에서 모두 500만 원이 건네졌다.
이밖에도 지구대 경찰관 3명에게 지난해 5월에 100만 원 씩을 건넨 정황도 적혀 있다.
장부를 제공한 업주는 YTN과 인터뷰에서 "숨겨져 있는 장부의 일부에... 일부에 속하지도 않아요. 그냥 조금 나와 있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라며 "특히 여청계(여성청소년계)에 많이 돈이 들어가죠. 기본적으로 뭐 처음 오픈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얼마라고 틀이 정해져 있고요"라고 주장했다. 업주는 또 "안 주면 그 다음 날 본의 아니게 안 좋은 피해가 오니까 할 수 없이 주는 거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주는 또 경찰관 여러 명이 단속 경찰의 소개로 여종업원들과 성관계를 맺고 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장부도 공개됐다고 YTN은 전했다. 이밖에 경찰이 뒷거래를 할 때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남의 명의로 개통한 대포폰까지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업주들은 앞으로 뇌물까지 받은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계속한다면 상납장부를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YTN은 전했다.
YTN의 장부 보도에 앞서 지난 2일 장안동 안마시술소 업주 50여 명은 대책회의를 열고 경찰이 집중 단속을 계속한다면 그동안 단속 무마 조건으로 성 상납과 뇌물을 받아 온 경찰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업소가 경찰에게 수백만 원의 돈과 성을 정기적으로 상납해왔고, 경찰 명단은 업소마다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들 업자중 한명은 최근 동대문경찰서를 찾아가 장부를 증거로 제출하고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경찰이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해야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자 YTN을 통해 마침내 문제의 장부를 공개하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장안동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지난 7월15일 부임한 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이 장안동 일대 주민들의 오랜 민원인 성매매업소 척결을 위해 단속을 본격화하자 거세제 반발하며 그동안 상납 명부 공개 등을 무기로 단속 중단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중구 서장은 단속을 멈추지 않고 김석기 신임 서울경찰청장도 이 서장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히자, 마침내 업자가 혼자는 죽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상납장부를 공개하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의 상납 장부 공개로 경찰은 대대적 내부 감찰이 불가피하며, 장안동 성매매 단속은 더욱 급피치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네티즌들은 이중구 서장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