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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불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변호인 "내출혈로 쇼크사에 이를 수도"

'박연차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교도관들의 부축 속에 절뚝거리며 법정으로 들어선 박 전 회장은 푸른색 수의에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비교적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피고인 신문에 응했다.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선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박 전 회장으로부터 2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과 박 전 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어졌다.

박 전 회장은 "20억원을 주면서 정 전 회장이 휴켐스 인수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휴켐스 인수에 관해 정 전 회장과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는 없다"고 진술했다.

또 휴켐스 인수 당시 모든 실무를 실무팀에 맡겨두고 개괄적인 보고만 들었을 뿐 휴켐스의 낙찰가격 등 세부적인 사항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총 290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정 전 회장에게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주고 입찰정보를 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을 비롯해 정관계에 광범위하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정국을 '박연차 게이트'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었다.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이 협심증 재발에다 척추 디스크, 통풍,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최근 복부대동맥류로 의심되는 증세까지 나타나 내출혈로 쇼크사에 이를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 전 회장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힘들어서) 표현을 못하겠다. 불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 측은 정밀 검사와 치료를 이유로 재판부에 1주일간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태며, 재판부는 검찰의 서면 의견서를 검토한 뒤 최종 판단키로 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구속 만기 시한인 6월21일까지 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 구속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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