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속보] 수경스님 "문수스님 소신공양...벼락 쳤다"

"더이상 자신을 속이며 위선적인 삶 살 수 없다"

문수스님 소신공양에 충격을 받아 화계사 주지직과 조계종 승적을 모두 내려놓고 잠적한 수경스님이 잠적직전에 화계사 신도들에게도 양해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불교전문매체 <불교 포커스>에 따르면, 수경스님이 화계사 주지 소임을 놓으며 신도들에게 남긴 ‘화계사 신도님들께’란 제목의 글이 이날 오전 10시 경 포털사이트 다음의 화계사 신도회 카페에 게시됐다가 1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수경스님을 글에서 "늘 돌이켜보면서 부끄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과연 신도님들로부터 공경 받을 자격이 있기나 한지 자문해 봤습니다"라며 "제 양심은 아니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최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노라니 제 삶의 문제가 더 명료해지더군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벼락 쳤습니다"라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대접받는 중노릇을 하겠습니까. 계속 그랬다가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남은 인생이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았습니다"라며 문수스님 소신공양에서 큰 충격을 받았음을 밝혔다.

스님은 "더 이상 제 자신을 속이면서 위선적인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 살아서는 제가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대로 기도하는 삶조차 살 수 없습니다"라며 "그래서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기로 했습니다"라며 신도들의 양해를 구했다.

다음은 수경스님의 글 전문.

화계사 사부대중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주지 자리도 내려놓고, 승적도 버리고 떠납니다. 제가 도인이 아닌 이상,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남은 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막상 이렇게 떠나려 하니 화계사 신도님들이 가장 먼저 마음 쓰입니다. 이 역시 수행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40여 년 출가자로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주지 노릇을 한번 해 봤습니다. 그곳이 바로 화계사지요. 제게는 특별한 곳입니다. 선방이나 거리에서 보낸 것과 또 다른 보람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이런 저런 일을 많이 벌였지요. 딴에는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도량을 만들겠다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신도님들은 저를 믿고 따라 주었지요. 생각만 해도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인연입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들 곁을 떠납니다. 얼굴을 맞대고 작별 인사를 고하는 것이 예의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제 마음이 흔들릴 것 같고, 괜히 신도님들을 심란하게 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해 달라고 빌 게 아니라, 원의 성취 조건을 만드는 기도를 하자고 했습니다.
사바라는 세계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욕망과 업이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업력을 원력으로 돌려놓는 그런 기도 말입니다. 늘 말씀드렸듯이 금생인연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더 정진하셔서 좋은 결실 맺으시기 바랍니다.

화계사 신도님들,
이렇게 떠나는 저가 밉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해해 달라고, 용서해 달라고 않겠습니다. 다 지고 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잘 알듯이 주지 소임을 맡은 동안 안팎으로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늘 돌이켜보면서 부끄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과연 신도님들로부터 공경 받을 자격이 있기나 한지 자문해 봤습니다. 제 양심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최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노라니 제 삶의 문제가 더 명료해지더군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벼락 쳤습니다.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대접받는 중노릇을 하겠습니까. 계속 그랬다가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남은 인생이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제 자신을 속이면서 위선적인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 살아서는 제가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대로 기도하는 삶조차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화계사 신도님들,
여러분들은 한 시절 저의 스승이었고 도반이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찌 제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늘 평안하시기를 빌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김혜영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14 0
    지나다

    "무슨 자격으로 대접받는 중노릇을 하겠습니까."
    종파를 떠나 한시대의 스승이었던 분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나 싶다.
    김수환추기경도 '바보야' 라고 하지 않았던가...

  • 26 0
    개독박멸

    강남 2000억 교회 짓자고 하는 먹사들이랑은 넘 차이난다..진짜..

  • 39 1
    망치

    수경 스님 멋있는 분이다...
    소신공양 못할바엔 중노릇도 가당찮다는 이런 기백의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
    스님 어디 시골역 옆 선술집에서 막걸리라도 한 잔 들이키세요...
    그간 큰 일 많이 하셔서 이제 좀 쉬시고요... 또 달라지실 때 여기에 와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합장

  • 71 0
    모태신앙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는 종교가 있는가하면,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려고 아귀다툼하는 종교도 있다. 스님, 부디 성불하십시요.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