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신공항 백지화' 검토설에 영남 발칵
<조선><경향> 보도에 영남권 한나라 반발, 靑 "사실무근"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 과학벨트 공약 파기'로 충청권이 뒤집힌 데 이어 동남권 신공항 공약까지 흔들리면서 영남도 뒤집히는 등, 전국이 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 후폭풍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신공항 입지로 (부산 인근)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과 밀양을 주장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분위기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신공항을 굳이 서둘러 착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도 "아직까지 청와대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공식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동남권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상당히 있으며, 그런 분위기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KTX와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하면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며 "그런 판에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신공항을 한반도 동남쪽에, 그것도 지금 시점에 서둘러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순수하게 경제성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 재정 형편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옳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그런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종합적인 판단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문제가 주요 현안 우선순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3월에 발표한다는 얘기도 반드시 정해진 결론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청와대 책상에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올라와 있지도 않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경제 부처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3월 중 발표라는 계획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그 내용에 입지 선정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술적인 조사결과만 나열하고 (입지 선정) 최종 판단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조선일보>와 같은 날 <경향신문>는 여권 관계자 말을 빌어 ‘김해공항 증축론’을 보도했다.
여권 관계자는 8일 “현재 부산의 가덕도와 대구·경북의 밀양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정부는 현 김해공항을 증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그동안 군사공항 병용 문제 때문에 증축이 불가능했던 점은 군사공항을 인근의 사천공항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남권의 한 의원도 “김해공항 증축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로 정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향>은 덧붙였다.
<조선><경향> 보도에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과 밀양을 주장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 양 진영 모두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공방을 벌이던 영남 한나라당 의원들도 모두 발끈하며 MB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밀양 유치를 주장하는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은 "그건 있을 수 없는 거다. 최악의 행정으로 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3번이나 연기한 것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트려놨는데, 그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고 정치 바람이, 논란에 휘말려서 단순히 입지, 신공항 건립 자체도 굉장히 불안정해질뿐만 아니고 정치적인 갈등까지 야기된 상태인데, 그렇게 정부가 해 놓고 이제 와서 그걸 무책임하게 연기하느니 무산하느니 이런 말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건 최악의 행정으로 가는 것이고 정부가 전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MB정부를 맹비난했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도 "정부에서는 지역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정치권에서 격화되고 하다 보니까 아마 신공항을 재검토한다, 오늘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그런 것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김해공항 확장 문제 때문에 발생됐기 때문에 정부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든 안 만들든, 우리 부산 입장에서는 김해공항 확장 이전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반드시 부산에 유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즉각 <조선><경향> 보도는 오보라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신공항 계획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거나 결론을 낸 적이 없어 재검토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면서 "총리실과 국토해양부가 담당하고 청와대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다른 핵심 참모는 "지금까지 수석비서관회의 등을 통해 국정 현안으로 보고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고, 주무 정책라인 관계자도 "일부 사견을 청와대에서 공론화하거나 재검토 논의를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예정대로 오는 3월 신공항 입지를 발표할 경우 영남은 두토막나면서 MB정부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게 확실해, 청와대의 속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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