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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손학규 열광에 이수성 '격노'

<현장> 한나라당 정치행사장 된 '6.3동지회' 총회

지난 1964년 굴욕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에 반대하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6.3동지회’(회장 이재오)가 6.3학생운동 42주년을 맞아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이자 6.3동지회 회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정기총회에 참석하며 한나라당 행사를 방불케 하자, 급기야 제3 후보중 한명으로 거명되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이 자리가 정치하는 자리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격노하기에 이르렀다.

6.3동지회, “우리의 지도자, 미래의 지도자 이명박 시장님이 입장하십니다”

‘6.3동지회’는 26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2006년도 정기총회를 갖고 42주년을 맞이한 ‘6.3학생 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나 동지회 회원이자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가 입장하자 분위기는 일순간 정치 행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총회 예정시각인 정각 6시, 손 전 지사가 먼저 행사장에 입장했다. 사회를 맡은 ‘6.3동지회’ 오성섭 전 서울지하철공사 이사(전 한나라당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국회의원 후보)는 “동쪽 문으로 우리의 동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입장하고 계신다”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러나 오 전 이사는 손 전 지사의 뒤를 이어 곧바로 이 전 시장이 입장하자 한층 더 흥분한 목소리로 “우리의 지도자, 미래의 지도자, 이 나라의 지도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님이 입장하셨습니다”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에 객석에서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윽고 두 대선주자가 장내를 휩쓸고 지나가자 행사장은 취재진과 참석 인사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6.3동지회 부녀회’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이 전 시장에게 다가가 “저기 6.3 부인들도 한번 악수해 달라”며 자리에 앉으려던 이 전 시장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이후 ‘6.3동지회’ 초대의장을 지낸 이원범 전 의원의 내빈 소개가 이어졌다. 이 전 의원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신용하 서울대 석좌교수 등 6.3동지회 주요 인사들을 소개한 뒤 “떨리는 분, 한 분 소개하겠다”며 “전 국민의 솟구치는 염원 속에 내일의 이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소개합니다”라고 또다시 이 전 시장을 호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지사이자 이 나라 민주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서민대중 이 나라 모든 아픔을 몸소 지켜내고 내일을 책임지겠다는 우리의 기대주 손학규 지사를 소개합니다”라며 손 전 지사를 소개했다.

26일 6.3동지회 총회에서 파안대소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손학규 전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수성 전 총리, “여기가 정치하는 자리였다면 오지 않았을 것”

이 전 의원은 이재오 ‘6.3동지회’ 회장이 국회 일정관계로 늦게 도착한다며 인사말을 이수성 전 국무총리에게 대신 맡겼다. 마이크 앞에 선 이 전 총리는 “이 자리는 누가 누구를 어떤 분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전 총리는 “여기 계신 분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언제나 옳은 편에 서왔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나라의 문화가 있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선생께서도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며 “그러나 문화에는 반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들이 ‘반역사’를 부정하고 역사를 바로세운 분 들”이라며 “이 나라에 이같은 모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이명박 시장,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 그 행정능력, 말도 못하게 과감하고. 손학규 지사, 사상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너무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두 대권주자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 앞서 박수 많이 치셨다. 하지만 이 자리가 정치하는 자리라면 나는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6.3동지회’가 정치 행사로 변질되었음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이 잘 되면 우리나라가 잘 되고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기 위한다면 우리나라가 망한다”며 “너무도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와 있다. 이런 위기에서 진정한 애국자는 언제나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여러분들이 바로 이끌어 주시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게 노력해 달라”고 ‘6.3동지회’ 본연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짧은 인사말 후 급하게 자리를 떴다. 주최측은 “이 전 총리가 인사말만 하고 원래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행사장을 떠나는 이 전 총리의 얼굴에 는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다. 이에 손 전지사가 문 앞에서 이 전 총리를 붙잡고 “멀리 못나간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밤늦도록 계속된 본회의 일정 속에서도 일부 의원들 행사 참석 열의도

이 전 총리의 지적처럼 이 날 행사에는 부쩍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날 국회는 민생현안 처리로 밤 늦게까지 의원총회와 본회의가 소집돼 있었음에도 ‘6.3 동지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한나라당 김애실, 박찬숙, 진수희, 문희 의원 등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상수 국회 법사위원장은 ‘6.3동지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김상현 전 고문이 참석했다.

‘6.3동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오늘 많은 의원들이 '오겠다'고 하는 것을 본회의 일정상 못오게 말렸다”는 부연설명을 달기도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에서는 유인태, 강창희 의원 등이 '6.3 동지회' 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주최측은 특히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 그리고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있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행사 중간 꽃다발 증정식을 가졌다. 꽃다발을 든 세 사람은 청중들을 향해 만세 포즈를 취하는 등 그야말로 전당대회 행사를 연상케했다.

행사 시작 1시간 반만인 7시 30분께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가 행사장을 떠나자 행사장은 또 한번 술렁였다. 이 때 객석의 한 인사는 큰 목소리로 “분위기 깨지겠다, 얼른 나가라”고 핀잔을 주었고, 이에 또다른 인사가 “에이 그러지마”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 날 ‘6.3동지회’ 정기총회에는 창립이후 최대 인원인 1천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행사장을 가득메우며 두 대권 주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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