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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손학규, "들러리 설 생각없다"

간담회 도중 이탈. 한나라 대선주자 회동 '합의문' 도출 실패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25일 당 지도부와 만나 간담회를 가졌으나, 경선 시기와 방법을 놓고 극심한 입장 차를 드러내며 ‘경선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 차라리 만나지만도 못하게 분열상만 노정한 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 날 오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당내 대선예비주자들을 초청,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선준비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 김수한 의장을 비롯, 맹형규 부위원장, 김성조 간사위원, 이사철 대변인도 참석했다.

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 좋은 의논을 해 불안을 증폭시키기보다 국민을 안심시키자”며 “오늘이 우연찮게 2월 25일이고, 내년 2월 25일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집권해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라고 화합을 통한 정권 탈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수한 위원장 역시 “이 자리를 함께한 자체가 국민에게 큰 의미가 있고, 안도감과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후보간 화합을 주문했다.

손학규 “특정후보 정하는 데 들러리 설 생각없다”

그러나 이후 90분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는 경선 시기와 방법을 두고 후보간 고성이 오가는 등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급기야 손 전 지사는 간담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교회에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으나 실제 분위기는 불만의 표출이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 위주로 경선의 시기와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 데 강한 이의를 제기하며 “특정 후보를 정하는 데 들러리 설 생각 없다”며, 이 날 지도부가 요구한 합의문 도출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런 식의 경선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야 하고, 거기에 맞춰 경선의 룰이 정해져야 한다”며, 경선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경선 참여 인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굳은 표정으로 간담회장을 빠져나온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그는 “대변인을 통해 답변하겠다”고 짧게 말하고 서둘러 호텔을 떠났다.

25일 간담회에서 손학규 전지사가 차가운 표정으로 지도부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말 아낀 ‘이명박-박근혜’, 분위기는 무거워

이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극도로 말을 아꼈으나 분위기는 무거웠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시기 및 방법에 대해 “현행 당헌.당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무조건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 만든만큼 이를 가용해보지도 않고 용도 폐기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원칙적으로 자신이 대표시절 만든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는 경선을 9월로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검증 파문과 관련, “당원들과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드려 송구스럽다”며 “경선 시기와 방법은 전적으로 국민승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날 이 전 시장은 ‘줄세우기’, ‘경선 연기’ 등 여타 후보들의 입장을 듣고만 있었을 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이 화합해야 한다”며 당 화합의 중요성을 몇 차례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장에 들어서면서도 “덕담하는 자리인데 웃으면서 할 것”이라며 “싸우려고 만나느냐”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원희룡 의원은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후보 등록을 조기에 하자는 주장과 관련, “취지에는 공감하나 경선 시기와 엮어서 발표하지 않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경선 시기가 확정되지 않고서는 조기 후보등록에는 임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고진화 의원은 “특정 후보에 줄 서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계파해체 선언을 후보들이 직접 할 것”을 주문했다.

강재섭 "3월10일 이후 외부인사 대폭 참여한 새 ‘검증기구’ 발족하자"

한편 강 대표는 이 날 간담회에서 기존의 후보검증위 대신 국가원로, 학계, 전문가, 경제인사 등 당외인사가 대폭 참여한 새로운 검증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국민승리위원회는 3월 10일까지 활동시한이 정해졌다”며 “이 기간 이후의 진행되는 검증은 당외 인사들의 참여폭을 대폭 넓혀 새로운 검증 기구를 설치해 검증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 구성될 검증기구는 필요하다면 청문회도 열 수 있도록 하자고 했으며, 정책 검증 뿐 아니라 도덕성 검증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초 이 날 당 지도부가 마련한 ▲당 경선준비기구의 활동시한인 다음 달 10일까지 경선 시기와 방법의 원만한 합의 도출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 ▲근거없는 비방 및 폭로 배격 ▲권역별, 주제별 정책토론회 개최 및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 적극 전개 ▲당 지도부와 경선준비기구의 엄정 중립 ▲필요시 지도부와 후보간 수시 모임을 통한 긴밀한 협의 개최 등 ‘6대 경선 원칙 합의문' 도출은 실패했다. 단지 후보들은 이런 내용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공감’한다는 의견만 표시한 채 간담회를 마쳤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참석자는 “경선 시기와 방법을 놓고 후보간 격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합의문 발표같은 게 가능했겠냐”며 “또 설령 합의문을 발표한다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었겠냐”고 이 날 무거운 분위기의 간담회 표정을 전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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