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서울서 사제총 난사해 경찰 1명 사망
강간으로 9년6개월 복역한 전과자
범인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한 직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민 도움으로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했다.
검거 당시 사제총기 16정을 비롯해 흉기와 사제폭발물까지 소지한 상태였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범인은 경찰에 강한 적대감을 보이는 글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 지인에게 총격하고 둔기로 폭행…도주 후 경찰관에게 사격
19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폭행이 발생했다",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
폭행 용의자 성모(45)씨는 그에 앞서 지인인 이모(68)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이씨를 기다렸다. 평소 말다툼을 자주 했던 이씨가 밖으로 나오자 뒤따라가다 미리 준비한 사제총기를 발사했다. 총탄이 빗나가자 이씨를 뒤쫓아간 성씨는 둔기로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뒤 인근 오패산터널 쪽으로 달아나 풀숲에 숨었다.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한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가 풀숲으로 다가가자 성씨는 총기를 발사했다.
어깨 뒤쪽으로 총탄을 맞은 김 경위는 의식이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성씨를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하며 총격전을 벌였고, 주변 시민들이 합세한 끝에 성씨를 검거했다.
성씨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쓰는 방탄조끼에 헬멧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그 역시 경찰이 쏜 총탄에 복부를 맞았으나 관통하지 않아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숨진 김 경위는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고, 외근용 조끼만 착용했다.
성씨가 이씨에게 총격을 가할 당시 행인 이모(71)씨가 복부에 총탄을 맞았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성씨에게 둔기로 폭행당한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 사제총기 16정에 흉기·사제폭발물까지 소지…전자발찌 훼손 후 범행
성씨를 검거한 경찰은 현장에서 성씨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제 총기 16정을 수거해 구조와 작동 원리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잡하게 만든 총기로, 쇠구슬 같은 물체를 1발씩 쏠 수 있는 종류"라며 "성씨가 정확히 몇 발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10여발을 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총기는 나무토막 주위에 철제 파이프를 두르고 테이프로 감은 형태로, 파이프 뒤쪽에 불을 붙이면 쇠구슬이 격발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성씨는 총기 외에 흉기 7개와 사제폭발물까지 소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성씨가 인터넷에서 사제총기와 폭발물 제조법을 찾아 범행 도구를 만든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강간죄 등으로 9년6개월간 복역하고 2012년 9월 출소한 성씨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으나 범행 직전 흉기로 훼손했다. 이 전자발찌는 성씨가 검거된 현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 SNS서 경찰에 적대감 표출…범행 동기에 관심
경찰은 성씨를 강북서로 옮겨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둔기로 폭행당한 피해자 이씨와 평소 알던 사이였으나 성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씨가 범행 전 자신의 SNS 계정에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경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등 글을 올렸다.
경찰에 보인 강한 적개심이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는지도 경찰은 조사하고 있다.
성씨는 주변에 자신을 감시하려고 잠복하는 경찰관이 있고, 경찰이 자신을 음해하고 살인 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취지의 글도 여러 차례 썼다.
이달 11일에는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라는 글과 강북서에서 오패산터널로 향하는 길 주변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 이곳은 총격현장 부근이어서 범행을 미리 계획했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숨진 김창호 경위는 정년을 6년 남긴 고참 경찰관으로,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솔선수범한 모범 경찰관으로 알려졌다. 김 경위의 아들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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