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추는 등 국가전산망이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정자원은 26일 오후 8시 15분께 발생한 화재의 열기로 전산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장치가 작동을 멈추자, 서버 등 장비 손상을 우려한 국정자원 측은 대전 본원 내 647개 시스템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화재의 직접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 등 70개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합쳐 정부 업무서비스 기준 총 1천600여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본원에만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이 몰려있는 것.
647개 시스템 가동을 멈추면서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우체국의 입·출금 및 이체,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이용, 보험료 납부·지급 등 모든 서비스가 중지됐다.
사태 장기화시 우체국을 통한 추석 선물 배달 차질 등 물류 대란도 우려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도 신규 발급이나 재발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비행기 탑승이나 여객선을 탈 때 신분증 확인 절차에 차질이 빚어졌다. 버스·철도 승차권은 다자녀·국가유공자·장애인 할인 혜택 신청을 위한 인증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본부의 119 신고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119 신고는 전화로는 가능하지만, 문자나 영상, 웹 등 다매체 신고가 불가능한 상태다. 신고자의 위치가 자동으로 뜨는 위치 추적 기능도 현재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비롯한 교육시스템 접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등록등본, 납세증명서 발급 등 정부24 서비스와 함께 국민신문고, 국가법령정보센터도 접속 불가 상태다. 소방대원들이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관리원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27일 아침에야 화재가 진압돼 열기가 다 빠지지 않았다”며 “아직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구가 언제 끝날지는 서버들을 점검하고 재가동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지금 섣불리 ‘언제 가능하다’ 말하기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광주와 대구 등 다른 센터에 데이터가 백업돼 있지만, 백업과 빠른 복구는 다른 문제"라며 "센터 간 거리가 멀어 데이터베이스 동기화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말해, 완전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가정보시스템 장애로 인해 민원 처리가 지연되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불편을 겪으실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수 있는 시스템부터 조속히 정상화하되, 모든 부처는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을 가정해 대체 서비스 등의 대응 방안과 대국민 소통계획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27일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대본으로 격상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