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내신문인 <대학신문>이 학교 일대가 안마시술소 등 불법 성매매촌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고발하는 르포기사에서 자극적 묘사와 성매매 업소 평면도까지 실어 논란이 일고 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애무를 시작했다"
지난 19일 <대학신문>은 '신림동 고시촌이 병들고 있다'는 기획특집 아래 '신림동 고시촌, 이젠 마사지촌' 등 3건의 취재 기사와, `유사성행위 업소 들어가보니'라는 르포기사를 실었다.
'신림동 고시촌, 이젠 마사지촌'이란 기사는 "신림9동 치안센터를 기준으로 반경 500미터 내를 조사한 결과 업소가 모두 13개나 있었다. 주로 대형고시원이 모여있는 ‘태학관법정연구원’ 인근에 밀집해 있었다. 또 신림9동 치안센터 주위에서도 2개의 업소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신림9동 동사무소 인근에도 2개의 업소가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간판 없이 인터넷과 전화만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있기 때문에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고시촌 주변에 급증한 불법 성매매업소들의 실상을 지적했다.
기사는 이처럼 고시촌 주변에 문제시설들이 급증한 원인과 관련,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관악구는 전국에서 독신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그중에서도 신림동 고시촌 일대는 고시생과 대학생, 인근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인구 밀집지역"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하기도 했다.
기사는 인근 상가의 한 주민의 말을 빌어 “건전한 대학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대학가에 퇴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며 “난립하는 퇴폐업소 때문에 주변 환경이 저질화되고 있다”는 비판으로 기사를 끝냈다.
문제가 된 것은 이와 함께 실은 르포기사 `유사성행위 업소 들어가보니'였다. 기자는 "업소의 내부는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여성 종사자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알기 위해 업소를 직접 다녀왔다"며 자신의 경험을 상세히 소개했다.
기사는 "업소는 신림9동 치안센터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져 있었다"며 "샤워를 하고 마사지 방으로 들어가니 방 중앙에는 커다란 수건이 덮인 침대가 놓여 있었고 로션 몇 가지와 화장지가 있었다. 방 안은 로션과 화장지가 겨우 구분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다. 벨을 누르자 민소매 티에 짧은 치마를 입은 종사자 A씨가 들어왔다"고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기사는 "5분도 채 안 된 것 같았다. A씨가 기자의 가운을 벗기고 애무를 시도했다. 기자가 '오늘은 피곤하니까 마사지만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무안한 듯 마사지를 계속했다. 다시 시작한 마사지도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총 50분 중 마사지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고 적었다.
기사는 "정해진 50분이 지나자 벨이 울렸고 그녀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복도를 나오자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기자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오자 주인은 기자에게 굽실대며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기자가 어색하게 웃자 '다음에는 친구들도 데려오십시오'라며 명함을 줬다"며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마신 녹두의 공기는 예전과 달랐다. ‘서비스’를 구매한 기자와 서비스를 제공한 A씨, 그리고 우리를 중개한 업소 주인. 우리는 서로 잘 몰랐지만 모두 녹두에 살고 있었다"고 글을 끝맺었다.
기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자가 경험한 업소의 내부평면도까지 친절히 싣고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까지 불법 성매매 안마시술소가 난립해 '르포 기사' 논란을 빚을 정도로 불법 성매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 "성매매업소의 광고전단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의 르포 기사가 나간 뒤 서울대내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빗발쳤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태백'은 대학신문 홈페이지에 실은 글을 통해 "지성의 전당에 뿌려진 신문이라는 게 부끄러울 뿐"이라며 "성매매 업소의 실태에 대해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고 와서 그것을 ‘르포’의 이름을 빌려 썼다니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중문을 열어주는 구조’, ‘단속으로부터의 안전함’, ‘어두운 분위기’, ‘이용시간’, ‘이용대금’…. 도대체 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 녹두거리에 가득 뿌려진 성매매업소의 광고전단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옳지도 못했고, 유익하지도 못했다. 성매매 업소에 대한 접근성만 높여준 꼴"이라고 꾸짖었다.
ID '인문 05'는 "이번 기사의 경우 지나치게 자세하게 나온 바람에 성을 사려는 집단에게는 친절한 정보(?)가 될 수도 있었으며, 대학신문의 독자가 비단 서울대인만 아니듯이 이 기사가 초래할 수 있는 파장은 크다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편집장과 편집주간 교수는 어떻게 이러한 몰성인지적이자 성폭력적인 기사가 버젓이 활자화 되는 것을 묵인 방치할 수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정식사과문 게재와 해당기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르포 파문'은 기사 작성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외에 대학가 근처에까지 불법 성매매업소가 난립하고 있는 심각한 우리사회의 불법 성매매 현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