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잇따르는 성 추문에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을 상대로 한 성교육 특강을 열었다. 그러나 참석한 남성 의원들은 고작 8명 남짓에 불과했고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 역시 본격적인 성교육이 진행되자 자리를 비워 성교육 취지를 무색케 했다.
현역 남성의원 고작 8명 참석, 대부분 인사만 하고 자리 떠...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회(위원장 박순자 의원)는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를 초청해 '성인지 교육'을 실시했다.
한나라당은 이 날 성교육 특강을 위해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을 대여했으나 3백석 규모의 대강당에 자리를 메운 사람들은 60여명 남짓이었다. 그나마 대다수가 여성 당직자들이었다.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 중 참석한 인사들은 김형오 원내대표, 이병석 원내부대표, 이강두 중앙위 의장, 이성권, 김기현, 윤두환, 박세환, 김재경 의원 등 8명. 러나 김 원내대표는 인사말만 마치고 자리를 떴고, 구 강사의 본격적인 성교육 특강이 실시되자 다른 남자 의원들도 대부분 속속 강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특강을 끝까지 경청한 의원은 남자 의원 가운데는 이성권 의원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박순자 중앙여성위 의장과 진재희 정책위 의장 등 여성의원들이었다.
구 강사는 특강에 앞서 “20년간 강의를 했는데 정당이 나를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며 “뭔가 한나라당은 앞서가는 것 같다”고 한나라당을 높이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제가 남자 의원들을 좋아하는데 많이 안오셨네”라며 극소수 인원만 성교육에 참석한 것을 꼬집었다.
구 강사는 김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끝낸 뒤 회의장을 빠져 나가려 지인들과 악수를 나누자 “다른 곳에서 강의해도 꼭 인사만 하시고 가는 분들이 있다”며 “오히려 분위기를 더 깬다. (다른 의원들은) 끝까지 들으면 참 좋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럼에도 곧이어 박세환, 김재경 의원이 허리를 숙이며 일어서서 나가려 하자, 구 강사는 “가시게요? 가시려면 빨리 가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구 강사의 농담 아닌 농담을 의식한 듯 이강두 의원은 뒷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나 앞자리에 앉아있던 의원들과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나라당 중앙여성위는 잇따르는 성 추문 사건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을 실시했으나 남성 의원들의 호응은 지극히 낮았다. ⓒ김동현 기자
구성애, “최연희가 성 문제의 상징은 아냐, 50대 한국 남성 모두의 문제”
구 강사는 이 날 강연에서 “정치권에서는 최연희 의원이 성 문제의 상징처럼 됐지만 이는 협소한 시각”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50대 남성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 문제에 있어 50대 남성들은 자각되지 않았고 교육되지도 않았다”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런 사건 이후 남성들이 이를 자각하고 반성하느냐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됐는데도 왜 성관념이 안바뀌었냐? 바로 정치인들과 같은 사회리더들의 성과 여성관이 아직도 1만달러 시대에 찌들려 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사회 리더들은 성매매를 필요악이라고까지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 날 성교육을 주관한 중앙여성위원장 박순자 의원은 “우리 한나라당이 작년 한 해 유난히 우리 내부에서 성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다”며 “심지어 한나라당 성 스캔들은 3개월 주기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었다”고 일부 동료 남성 의원들의 작태를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같은 성 스캔들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쌓아올린 정당과 정치인들의 모든 공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한 것이라 안타깝다”며 “부끄러운 기억으로만 생각하지도 말고 우리끼리 쉬쉬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성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을 용서하지 않는다”며 “이런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게 함으로써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한나라당이 정신을 재무장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때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고 이 날 성교육 특강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