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 발의 강행 방침을 밝힌 노무현 대통령을 "장난감 사달라고 떼 쓰는 아이" 등에 비유하며 맹비난했다. 한미FTA 밀월이 깨지며 다시 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프로 바둑기사도 판세를 보고 안 되겠다고 싶으면 돌을 던지는데 프로 정치인도 돌을 던질 때가 지금이란 것을 알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이미 수 차례 밝혔고, 청와대가 요구하는 조건은 한나라당의 공식입장 속에 충족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런 입장을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모든 정당, 정파가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을 추진할 것을 약속하면서 정중히 예를 갖춰 개헌발의 철회를 요청했고,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 대선주자들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뒤 18대 국회 초반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무엇을 더 해야 하나"라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은 과연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개헌은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 모든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8대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뜻을 모은 상태인데 이들이 모두 정치를 모르는 사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17대 국회 처리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쓰지도 않았고,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할 테니 발의를 유보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며 "이는 퇴로를 확보해 주는, 정치를 잘 알고 하는 정치인의 합의인데, 노 대통령이 정치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대통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발의한다면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보다 더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대통령이 아니라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 쓰는 아이 같다"고 힐난한 뒤, "노 대통령이 구속력도 없는 당론결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략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고 자존심을 세워보려는 치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