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당일인 25일 한나라당이 고전하고 있음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박근혜-이명박 양진영에 또다시 원색적 격돌을 벌였다. 최근 당 안팎에 파다한 '이명박-박근혜 5월 전쟁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유승민 "이명박 대운하는 국민사기극, 철회해야"
싸움은 박근혜 진영에서 먼저 걸었다. 박근혜계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조순형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경부운하, 이 공약은 누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대선 공약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며 “낙동강 바닥을 파서 거기에 시멘트를 발라서 운하를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21세기 한국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 전시장을 향해 “경부운하 공약은 철회를 하셔야 한다”며 “이 경부 운하가 한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돈만 들이고 물동량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한국 경제를 괴롭히고 어렵게 하는 정책이라면 그것은 당에서 당연히 검증되어야 하고 누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이런 공약을 우리 당의 대선 공약으로 내 놓을지 그 부분을 철저히 따져볼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밖에 아직껏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경선 룰'에 대해서도 “지금 사람 수 4만 명으로 해달라고 이 전 시장 측에서 주장하는 것은 생떼 쓰는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자기들 주장에 의하면 2배 앞서고 있다고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억지를 쓰는 것은 초조하다는 증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관련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검증이 시작되면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형준 "이런 식으로 가면 아름다운 경선 물 건너가"
이명박계에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대표선수는 박형준 의원.
박형준 의원은 이날 오후 당 홈페이지에 띄운 '당내 경선의 금도를 지켜라'라는 글을 통해 "유승민 의원의 불교 방송 토론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자기 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국민사기극’ 운운하는 것은 저급한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다름 아니다"라며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입만 열면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데 급급하고, 상대를 깍아내리기 위해 침소봉대하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어떻게 ‘아름다운 경선’을 운운할 수 있고, 당의 단합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더구나 오늘은 재보선일이고 모든 당원들이 재보선 결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누가 한반도 대운하를 낙동강 바닥을 파서 거기에 시멘트 발라 만든다고 하던가"라고 반문한 뒤 "한반도 대운하는 첨단 IT기술과 환경기술, 그리고 신건축기술이 없으면, 완성될 수 없다"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경선 룰'에 대해서도 "경선방식과 관련해서도 ‘생떼’를 쓴다고 한다"며 "당헌의 정신인 민심 50%와 당심 50%를 제대로 반영하는 룰을 만들자는 것이 왜 생떼인가? 그러면 민심이 당심보다 적게 반영되어 결국 국민이 바라는 후보를 당심이라는 이름으로 뒤집을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이 옳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강재섭 지도부를 향해 "이 정도 수준이면 선거법 상의 후보자 비방죄에도 저촉된다"며 "당내에서 이런 분열주의적 행태와 비방이 횡행하게 놔둔다면, 이미 아름다운 경선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5월 전쟁설'이 정가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5월 전쟁설' 파다
유승민-박형준간 이날 설전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나, 다른날도 아닌 4.25 재보선 당일날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재보선 결과에 개의치 않고 선거가 끝나면 쌍방이 곧바로 전면전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국가경영전략연구회 초청 강연에서 “지금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말이 많아서 몇 달 말을 조심했더니 이명박도 아니고 그렇게 됐다"면서 "다시 이명박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 전 시장 대변인을 맡고있는 이성권 의원은 이와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캠프 분위기로 볼 때 기존 느슨한 대응으로는 안된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5월초 후보등록 등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게 되면 이 전 시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행보를 걷게 될 것이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4월 재보선 승리를 기점으로 다시한번 박풍을 재점화시킨 뒤 5월에 검증을 강화하고 6월에 정책 토론회를 열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박 캠프의 전략인 듯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계 이혜훈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검증이 본격화 되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오게 될 것은 국민적 상식 아닌가”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 의원은 “5월 초에 당 경선준비위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후보 검증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 이명박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8월 경선일정을 감안할 때 후보검증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되도록 5월에 검증 인사 청문회도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5월 전쟁을 강력 시사했다.
박 전 대표측 또다른 핵심 인사는 “여권에서 김경준씨 국내소환 문제를 한나라당 경선 일정에 맞춰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이 8월로 정해진 만큼 여권도 느긋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김경준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이어 “여권이 김 씨를 소환하든 안하든 한나라당 내부 검증청문회에 김경준 사건은 다뤄질 수밖에 없다”며 “김경준 사건은 그동안 경제대통령을 자임해온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결정적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김경준 의혹을 전면화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