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전의장 등 비노-반노진영의 '열린우리당 해체론'과 노무현 대통령 및 친노세력의 '당 사수론'이 격돌하면서 열린우리당내 전운이 높아지고 있다.
큰 흐름으로는 비노-반노진영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친노진영의 '노무현당'으로 색깔을 분명히 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盧의 메시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싸움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글을 통해 자신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을 '비지역주의 세력', 민주당 및 탈당파 및 열린당내 통합신당파를 '지역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 정무팀은 3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글을 통해 노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에 동의하는 열린우리당 친노세력과 기타 친노진영만을 '범여권'으로 규정한 뒤, 민주당, 국민중심당, 탈당파, 통합신당파 및 손학규 전지사 등을 싸잡아 '지역주의 연대세력'으로 규정함으로써 노대통령의 메시지를 한층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주지의 축객령에 다름 아니다.
열린우리당 전성기때 노무현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만찬장에 들어가며 환히 웃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끝까지 열린당에 남을 인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보인다. ⓒ연합뉴스
비노-반노 "盧 글 보니 람보가 기관총 난사하는 듯"
'축객령'을 맡은 비노-반노진영도 한층 대응강도를 높였다.
정동영 전 의장은 3일 MBC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대통령은 자금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이 있는 해에 경선이든 본선이든 불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아침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선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사수론자다. 나는 다르다"고 탈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과거 상왕처럼 일일이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는 “지금은 기득권 포기 결단이 중요하고 당적 문제는 이달말에 가서 결정할 수 있다”며 역시 탈당을 시사했다.
반노진영의 문학진 의원도 이날 당 통합추진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글을 보고 람보가 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전방위로 난사하는 모습이 연상됐다"며 "대통령이 범여권 예비주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집어내듯이 비판하는 것이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실패한 인사였다고 한 뒤 고 전 총리가 낙마 선언을 했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그런 표현을 했는데 시중에는 논에서 피를 하나씩 뽑는 듯한 계획적 작업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음모론 같은 것이 돌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심대한 반칙행위로 전대 결의사항을 전면 위배하는 행위이자 탈당한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이며 대통령의 입맛과 노선에 맞는 후보를 만들기 위한 발언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신기남 "盧 얘기 구구절절 올바른 얘기"
비노-반노진영의 공세에 친노진영에선 신기남 전의장이 반격에 나섰다.
신기남 전 의장은 이날 "전당대회를 통해 4개월 동안 대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는데 ‘당을 해체하자’, ‘나는 나가겠다’며 전대 결정사항이 집행되지 못하도록 당을 흔들어대는 저의는 무엇이냐"며 "‘예스맨’보다 더 나쁜 것은 권력이 강대할 땐 ‘예스맨’이다가, 권력이 저물자 갑자기 ‘노우맨’이 되는 것"이라고 정동영 전의장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을 빗대 맹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쓴) 글의 구절구절은 지극히 정당하고 올바른 이야기였다. 이 글을 가지고 또 누가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일은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정치인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이렇게 해선 안된다”고 거듭 비난했다.
"제1야당 자리 싸움 하나"
정가에서는 연초 '1차 집단탈당' 때만 해도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까지 탈당을 막으려 급급해 하던 노대통령과 친노세력의 이처럼 180도 달라진 태도 변화를 당시와 달라진 현재 상황에서 찾고 있다.
고건-정운찬 등의 잇따른 대선 불출마로 비노-반노진영은 뚜렷히 내세울 후보가 사라진, 말 그대로의 공황 상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지사가 있기는 하나 신경쓸 대상이 못된다는 게 노대통령과 친노진영의 판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열린당내 비노-반노세력 20~30명이 추가로 탈당한다 할지라도 탈당세력들이 단일정당 또는 단일 대선주자를 내세워 연말대선에 도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따라서 이들의 탈당으로 열린당 의석으로 70~80석으로 더 쪼그라든다 할지라도 연말대선에 제2당으로 후보를 낼 수 있으며, 설령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내년 4월 총선에는 최근 구축한 참정포럼 인사 등을 대거 출마시켜 제1 야당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판단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4.25재보선때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차남 김홍업을 출마시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어, 연말 대선때 예전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이렇듯 동교동 등을 궁지로 모는 압박공세를 가할 경우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호남 연합'이라는 동교동의 대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어, 연말 대선은 대혼전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