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각계 비난에도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련, 민언련 등 진보적 언론단체 및 신문인협회-편집인협회 등 보수적 언론단체가 한 목소리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질타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언노련-민언련 "저급한 발상"
전국언론노련은 21일 성명을 통해 "한 마디로 뜬금없고 난 데 없다"며 "브리핑실과 기자실의 통․폐합과 축소는 2003년 5월 브리핑제 도입과 공무원 비공식 취재 제한을 뼈대로 하는 취재시스템 개편안에도 없었던 내용으로 오로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하는 기자실의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언노련은 "비록 이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사과했지만, 이번 브리핑실 및 기자실 통․폐합은 그의 왜곡된 언론관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가 높고 지식과 경험이 많은 기자들의 의견을 다른 기자들이 존중하는 게 문제라면, 이는 대통령의 비뚤어진 시각일 뿐이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오히려 1차 뉴스를 신속히 전달해 언론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연합뉴스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결론까지 가능하다"고 노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을 질타했다.
언노련은 "이번 통․폐합 방안은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약화시키고 제약하는 의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취재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언론의 저널리즘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번 방안은 오히려 보도 자료에 대한 의존도를 부추겨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질타하며 기자실 통폐합 즉각철회를 촉구했다.
민언련도 21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이번 방안은 물리적으로 ‘브리핑룸’을 대폭 줄이는 것을 넘어, 기자들의 정부부처 출입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기자들의 대정부 취재활동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마저 제약당할 것"이라며 "브리핑제도 현실화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또다시 브리핑룸 통폐합과 같은 강제적이며 일방적 조치를 내놓는 것은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번에 내놓은 정부의 대언론정책이 잘못된 ‘언론관’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번에 내놓은 언론정책은 ‘정부정책 흔들기’와 언론의 ‘정당한 취재활동’마저 구분하지 못하고 언론의 모든 취재활동을 제한하고 제약하겠다는 저급한 발상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기자실 통폐합 실무작업을 주도한 기자출신의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연합뉴스
신문협-편집인협 "신종 취재 봉쇄"
보수적 언론단체인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21일 '정부는 신종 취재 봉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국정 정보에 대한 언론의 접근 기회를 최대한 차단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자 하는 반민주적인 취재 봉쇄 조치"라며 "이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해 엄중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기자실 통폐합은) 국민이 알아야 하나 정부가 숨기고 싶은 비리나 방만한 국정운영에 따른 폐해들을 정부청사 깊숙한 곳에 숨겨두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선포하는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이렇듯 진보-보수 언론단체가 전례없이 한 목소리로 기자실 통폐합을 질타하고 나섬에 따라 노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국정홍보처가 마련한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기로 결정할 경우 언론계의 전면적 저항에 직면할 게 분명해, 임기말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결정적으로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