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당 대표였던 시절부터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경선때까지 동고동락해온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22일 개표 당일 및 패배후 박 후보가 보인 모습을 상세히 기록한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유 의원의 글은 '박근혜 사람들'이 패배후에도 왜 박 후보를 믿고 따르고 있는지 그 원인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파워'가 앞으로 정치권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편집자 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가장 고통스러운 단어를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전당대회 행사 직전에 4분의 1 가량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2,000여 표를 이기고 있고, 게다가 절대 강세지역인 충남북, 강원이 아직 개표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무대에 올라가셨습니다.
승리를 확신하고 수락연설을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계실 대표님께 패배를 알리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 저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의 고통을 참으며 무대위에 올라가 개표 결과를 보고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선거인단에서 이겼으나 여론조사에서 져서 결국 패배하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안 된 거죠? 알았어요."라며 나지막하게 말씀하시는 순간에도 의연함과 담대함은 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하였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유정복 비서실장으로부터 개표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에 테러로 응급실에 도착하셨을 때 저에게 던진 한 마디가 "난 괜찮아요. 많이 놀라셨죠?"라고 하셨던 말씀이 평생 제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는데, 대표님께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보고를 받으시고도 저를 안심시키는 눈빛과 말씀에 저는 흘러내리는 가슴 속의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자택에서 주신 말씀도 저를 가슴 아프게 하였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헌신적으로 애써 준 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주셔서 이름까지 거명해 가면서 "이렇게 애쓴 분들과 지지해주신 국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는 말씀이 더 저를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대표님 왜 펑펑 울기라도 하지 않고, 그 아픈 고통 속에서도 저희들 걱정, 국민 걱정만 하세요?
차라리 대표님께서 펑펑 우시면서 안타까워라도 하신다면 한 번 실컷 울고 말텐데.
그러지 못하는 저는 하염없이 가슴 속의 눈물만 고여 갑니다.
저는 대표님의 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가슴 속에 흐르고 있을 눈물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패배'라는 단어 앞에 흘리는 눈물이 아님을 압니다.
이루고자 했던 '국민의 희망'에 대한 아쉬움이고 당원과 국민들을 생각했을 때 흘러내리는 소리 없는 울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자신이 테러를 당했을 때도 울지 않고 나라를 먼저 걱정하셨고 당을 먼저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쓰러져 갈 때 국민들께 보여준 눈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