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신기남 후보가 30일 동교동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그러나 두달 전만 해도 김 전대통령을 찾아가는 범여권 인사들을 맹비난하며 자신은 김 전대통령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호언했었다.
신기남 두달 전엔 "나는 누구 뒤에 줄서고 그런 것 안하겠다"
신기남 민주신당 후보는 부인과 함께 이날 오전 김 전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예방했다.
신 후보는 그러나 두달 전인 6월2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대선출마 선언후 김대중 전대통령을 찾아갈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며 "자기의 노선, 정책을 가지고 해야지 어떤 후광을 기대하면서, 특히 어떠한 지역적인 이해관계, 어떤 기존의 흘러간 시대의 파벌, 계보 이런 것에 기대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것은 조금 식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물론 예의로 가서 찾아가서 인사하고 하는 충동은 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국민에게 그런 부정적인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것을 조금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우우, 몰려다니고 누구 뒤에 줄서고 이런 것은 이제 조금 그렇지 않냐? 그래서 나는 그렇게는 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당시 그는 열린우리당 사수를 외치며 민주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두달 뒤 그는 민주신당에 참여했고 김 전대통령을 예방했다. 더이상 'DJ 파워'를 도외시할 수 없었던 셈.
DJ, 노와 친노 비판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예방한 신기남 후보에게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분당 등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대한 비판이자, 신기남 후보에 대한 우회적 질책으로도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김 전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과 관련해선 "남북 정상회담은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도 모든 것을 상의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일"이라며 "대북송금 특검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전직 국정원장 두 명(임동원, 신건)의 구속문제에 대해서도 "전직 두 국정원장을 그렇게 처리한 것도 잘못된 일"이라며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1주일 전인 지난 23일 정세균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마지막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국정원장 구속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인 신 후보를 만나 또다시 질타을 한 것.
신 후보는 이에 대해 "대북송금 특검과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여러 분들이 고초를 겪은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결코 대통령이나 당이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불가피한 상황의 산물이었다는 해명인 셈.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인은 결단하고 선택하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 기다려서 해야 지지가 따르는 법"이라며 "분당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해 민주당 분당를 거론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열린당 창당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신 후보는 이에 "열린우리당 창당은 정치개혁을 위한 방법으로 한 것"이라며 "대선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치라는 국민여론에 의해 통합에 참여했다"고 항변성 해명을 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에 "대통합에 참여를 결단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 당과 신 후보가 선전하기 바란다"며 덕담으로 회동을 끝냈다.
이날 대담 내용을 전해들은 정가 일각에선 두달전 DJ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호언한 것이 DJ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결과가 아니냐는 뼈 있는 해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