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동아일보> 기자 "김경준 없었는데 내가 왜 그렇게 썼나"
7년전 이명박 인터뷰 회상하며 스스로 '팩트' 자체 부인
홍 부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에 띄운 '이명박 후보에 대해 숨기는 게 있다고?-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조갑제닷컴 등의 보도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통해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다른 오해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판단아래 양심에 따라 설명한다"며 당시 취재 경과를 밝혔다.
그는 "내가 이명박 전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2000년 10월15일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침 7시30분에 만나 2시간 가량 조찬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교회에 가야 한다면서 일어난 것으로 기억된다. 강남의 한 호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호텔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며 "당시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대체적으로 기사에 나온 얘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다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그 자리에 김경준 씨가 있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그 자리에는 이명박 후보, 김백준 씨와 나, 그리고 김승련 기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당시 기사에는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 어깨를 두드렸다'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그 자리에 김경준은 없었다"고 자신이 쓴 기사의 팩트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그런데 어떻게 그런 표현이 들어갔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김경준 씨가 있었는데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기억의 한계 때문인지, 없었는데 당시 분위기상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것과 관련된 보도가 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 봤는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기억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 여러 곳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7년전 인터뷰 기사에서는 "이 대표는 김 사장에 대한 기대가 몹시 큰 눈치다. '김 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이후 한국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하면서 연방 김 사장의 어깨를 토닥였다"고 썼었다.
한편 그는 또한 "또 하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이 후보가) 미국계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1999년 초 연 수익률 120%를 달성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는 대목"이라며 "이런 말이 있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기사에 나오니 그런 발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기자는 인터뷰 상대가 말하는 것을 일단 팩트로 받아들이고 기사를 작성한다. 물론 발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따져본 뒤 기사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확인 작업을 거치기는 쉽지 않다"며 "따라서 인터뷰 기사는 어떤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기사가 BBK 논란의 잣대가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 기사에서 이 후보의 말을 옮겨 기사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곧 이 후보가 BBK의 주인이라든가 김경준을 영입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거듭 동일한 주장을 편 뒤, "그동안 여러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왔을 때 답변을 거부한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기사를 쓴 기자 자신이 자신의 기사에 나온 팩트 자체를 부인하고 진실 여부를 가리는 증거가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니, 신문에 나오는 기사를 사실이라고 믿는 독자들만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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