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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큰 꿈' 이뤄질까

최고위원직 사퇴. 7월 전당대회 소장-중도파 활약이 관건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16일 박근혜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승계 1순위인 원희룡 의원이 대표직을 맡아야 하지만 '큰 꿈'을 위해 이를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임시 대표직은 승계 2순위인 김영선 의원에게 돌아갔다.

일각에선 원 의원의 행보를 두고 "대선 후보 경선출마자는 1년 6개월 전에는 당직과 국회직을 맡을 수 없다"는 당헌당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 의원이 차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원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와 함께 7월 전당대회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이같은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희룡 "대선후보의 폭 더 넓어져야"

원희룡 의원은 15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사실 당을 변화시키려는 노력 속에서 제 본의와는 다르게 많은 분께 불편함을 드린 점도 많았던 것 같다"며 "서툰 점이 있었다고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면서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원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이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미래지향적인 정책대안, 그리고 서민의 아픔을 담어서 국민들의 삶의 현장에 치열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갖춰 수권세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치열한 발전과정을 바라고 그 점에 있어서 저도 한나라당을 사랑하고 수권정당이 되길 열망하는 입장에서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최광기의 SBS 전망대'과의 인터뷰에선 대권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고민이나 논의가 진행된 건 없다"면서도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 어떻게 대세론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활발한 다자 경쟁구도를 되게 할 것인가이고 그런 의미에서 후보의 폭도 더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후보 영입에 큰 기여를 한 원 의원은 5.31지방선거 전인 지난달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큰 구도에서 볼 때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내 경선 통과는 의미 있는 일대 사건"이라며 "우리네 정치문화 속에서 당 기반이 없는 인물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혁명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정치권은 ‘후보 오세훈’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오세훈 현상'의 시대적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원희룡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큰 꿈'의 실체를 드러냈다. ⓒ원희룡 의원실


당내 반발세력이 넘어야 할 산

원 의원이 아직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진 않지만 한나라당 내 소장-중도세력에서는 이미 원 의원을 '잠재적 대권주자'로 보고 있다.

임태희 의원은 지난 2일 "차기 대권주자들이 당내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당에선 유시민 장관과 같이 잠재적인 대권후보가 장관직 수행을 통해 업무능력을 쌓게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원희룡 의원과 같은 훌륭한 대권주자도 당 바깥으로 내몰아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에 원희룡 의원에 대한 불만세력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 의원이 그동안 여러 차례 당내 수구적 인사들의 청산을 주장한 대목이 많은 적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표와도 더없이 불편한 관계다.

한 예로 원 의원이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서 마지막 말로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고맙다"고 하자, 그 때 다른 당직자로부터 "난 사랑한 적 없는데..."라는 농담성 발언을 들어야 했다. 우스개 소리로 한 것이지만 원 의원의 당내 입지를 가늠케 하는 뼈있는 한마디였다.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내 '빅3'와 함께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7월에 개최될 전당대회의 판세를 보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 내 소장파와 중도개혁파 의원들은 7월 전당대회에서 '독자후보'를 내기로 한 상태. 이들의 활약이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켰던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면 원 의원의 대권행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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