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굴지의 대그룹 회장 개인자금을 관리하던 핵심측근이 빌려준 회장 개인자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청부살인을 청탁한 엽기적 사건이 발발, 해당그룹은 물론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C그룹 회장의 개인자금을 빌려간 조직폭력배가 이 돈을 갚지 않자 또다른 폭력배를 동원해 살해하려고 한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이 회사 전 직원 이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회장의 개인자금 200억원 중 180억여원을 `대전 사거리파' 출신 조직폭력배인 박모(38)씨에게 빌려줬다가 박씨가 이 가운데 80억원을 갚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정모(37)씨와 윤모(39)씨 등 또다른 폭력배 2명에게 박씨를 살해해달라고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폭 박씨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안모(41)씨를 통해 이씨가 거액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돈을 투자하면 거액의 이자를 챙겨주겠다며 돈을 빌려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로부터 살인 청부를 받은 정씨는 친구 김모씨 등 2명과 함께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오토바이 `퍽치기'를 위장해 둔기로 박씨의 머리를 때려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고, 윤씨 또한 지난해 7월 동료 1명과 함께 박씨를 납치해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 감금했으나 살해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후 정씨와 윤씨 등 4명은 오히려 `살인청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이씨를 협박해 총 11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를 상대로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박씨 또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살인청부를 한 이씨는 MBA 출신의 재무팀의 부장급 간부로 회장의 개인자금 운용과 관리를 맡아온 핵심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파문이 일자 회사에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살인 청부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경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문제의 회장 개인자금이 차명계좌 등으로 관리돼온 대목에 대해서도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어서, C그룹을 긴장케 하고 있다. C그룹측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개인자산이지, 회사 비자금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그룹은 특히 수사 과정에 회장의 신분이 노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발칵 뒤집힌 것은 C그룹뿐이 아니다. 재계도 대그룹 회장측근이 살인청부를 한 엽기적 사건에 크게 충격을 받으며 재계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