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00대 건설사 가운데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기업은 24개에 그쳤다. 여기에 10대 건설사는 한곳도 끼지 않아 대주단 협약을 통한 건설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한 양상이다.
은행연합회는 24일 밤 대주단 가입을 신청한 건설사가 24개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광주전남의 대주건설 외에는 가입 신청 사실 자체를 극비에 붙이고 있다.
정부와 은행은 이들 24개 건설사들에 대해 주거래은행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일단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나, 일부 업체는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워크아웃 적용 등의 구조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은행은 그동안 최소한 50여개 건설사가 가입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와 함께 주택협회가 마감 전날인 23일 '청와대 지시'라는 이메일까지 보내며 채찍을 가하는 동시에, 가입 순서에 따라 지원을 차등할 것이란 당근까지 던졌다. 하지만 전체 대상 건설사의 4분의 3에 달하는 사실상의 집단 저항으로 가입 업체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침으로써 대주단 협약을 통한 건설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대주단협약에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 옥석 불문하고 만기 연장 및 신규 지원을 할 경우 은행의 동반부실도 우려돼, 은행들이 과연 신규 지원 등을 할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밖에 정부-은행이 같은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중소 조선소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은행이 보다 '큰 틀의 구조조정 플랜'과 이를 뒷받침할 재원 조달방안을 짠 뒤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전무는 "건설, 중소 조선소, 저축은행 외에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산업 부문이 부지기수로 많다"며 "최소한 2년에 걸쳐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아래 강력한 구조조정 마스터플랜을 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복과잉 문제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분야로는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반도체 등의 부문이 꼽히고 있다.
정치권 및 경제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IMF사태때 163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적자금 조성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은행연합회가 대주단 가입을 독려하고 있으나 대다수 건설사는 이를 외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