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무릎부상으로 정상적인 타격이 힘든 상황임에도 라이벌 한신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38, 39호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원맨쇼'를 펼친 끝에 팀의 3-0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경기 직후 '히어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왼쪽 무릎염증으로 인해 경기당 3타석에만 임하는 한정타석출전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이번 시즌을 끝까지 함께 마감하겠다는 이승엽의 투혼과 의리가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한신과의 라이벌전서 연타석홈런 '원맨쇼'로 3-0 승리
특히 이 날 경기는 6연승을 달리고 있는 한신과의 경기였으므로 센트럴리그 하위권을 멤돌고 있는 요미우리의 전력상 고전이 예상되는 경기였으나 이승엽이 1회초와 4회초 이 날 경기에서 요미우리가 기록한 3득점을 모두 만들어내는 연타석 홈런을 쳐냄으로써 경기초반 한신의 기를 꺾어 이길 수 있었다.
요미우리로서는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이승엽의 경기출전 강행의지를 드러내놓고 반대만 할 수만는 없는 처지다. 요미우리의 현재 순위는 센트럴리그 4위.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때를 감안한다면 많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그래봐야 하위권이다. 리그 하위권 순위를 전전하는 요미우리의 현재의 상황에서 이승엽까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나머지 20경기에서 최하위로 밀려날 수 있는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홈런 45개 이상, 1백타점 돌파 기대
경기당 3타석 한정출장이란 특이한 출전원칙은 결국 하라 감독과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최선책이었던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승엽의 한정타석 출전 요청을 하라감독이 수락한 모습이기는 하나 하라 감독으로서는 한정된 타석이라도 이승엽의 출전이 고마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승엽의 입장에서도 나머지 경기당 3타석에만 들어서며 집중력을 높인다면 경기 전체를 소화하는 것보다 홈런과 안타를 추가하는데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지난 한신과의 경기에서도 이승엽이 소화한 3타석에서 2홈런 1볼넷을 기록했다.
잔여경기가 20경기 있는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남은 타석은 60타석이다. 산술적으로 3~4경기에서 홈런을 1개씩만 기록한다고 해도 5~7개의 홈런의 추가가 가능하고 현재 기록중인 93개의 타점도 100타점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하라 감독, "마쓰이 이래 요미우리 잔류 설득한 사람은 이승엽 뿐"
7일 오사카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원정경기 1회초 2사상황에서 이승엽이 상대투수 이가와로부터 2점홈런을 뽑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하라 감독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소속) 이래 이런 선수는 없었다"고 말할 만큼 이승엽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는 또한 "요미우리에 남아달라고 설득한 대상은 2002년 겨울 마쓰이 이래 이승엽이 처음"이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내년 시즌에 이승엽을 요미우리에 잔류시키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구단의 신뢰만큼이나 일본팬들의 이승엽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에 대한 기념패 수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은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뷰에서 "도쿄돔에서의 이승엽의 인기는 국내팬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의 팬들이 이승엽을 연호하는데는 그의 기량과 프로선수로서의 성숙된 인격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을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야구의 자존심 요미우리를 구해달라는 간절한 기대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승엽이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팬들 사이에선 "그가 시즌 막판까지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이승엽이 없는 요미우리는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승엽은 이제 '요미우리의 구세주'가 확실히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