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 야3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전효숙 파동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철회나 전효숙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했지만 이 같은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이 '법사위 회부'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민주노동당마저 "열린우리당이 야3당의 중재안을 일부 수용한 반면 한나라당은 기고만장하게 '원천무효 자진사퇴'라는 8박자 구호를 반복하는 앵무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조순형 민주당 의원도 '한나라당 동반책임론'을 펴는 등 정세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전 후보자는 안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지금 야3당 중재안 대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하고 여당도 청문안을 법사위로 넘겨 청문회를 하자는 분위기"라며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청문회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야3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등은 '법사위 회부'안을 받을 것인지를 놓고 현재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 이들은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숙의에 들어갔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전 후보자와 관련,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야3당이 제의한 법사위 회부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는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몰려나간 기자들을 뒤로 한 채 더 이상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중으로 한나라당의 입장이 정리돼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야3당이 제안한 법사위 회부건을 받아들인다면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사과 부분은 이병완 비서실장의 사과로 갈음하는 등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해 전효숙 파동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호진 민노당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법사위 회부건을 받아들인다면 대통령, 국회의장의 사과와는 별개로 법사위에서 청문회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진행돼 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수습된다 할지라도 한나라당 내부에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방호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은 인사청문회 이전에 절차상의 미비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으며,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강재섭 대표는 국가정체성이 흔들리고 도저히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국정파탄 상황이 벌어지면 광화문에 벌떡 드러눕겠다고 말한 바가 있는데 전효숙 파동,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논란, 바다이야기 파문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강 대표가 광화문에 벌떡 드러누울 때가 아닌가"라고 당 지도부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