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이른바 ‘법조 설란(舌亂)’이 급기야 대한변협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라는 초유의 사태로 확산하는 등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변협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하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ㆍ협회장 천기흥)는 21일 오전 서울 변호사회관에서 천기흥 회장 등의 주재로 비공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 대법원장의 검사, 변호사 비판 발언에 대한 대응책을 장시간 논의한 뒤, 이날 오후 “이용훈 대법원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는 초강경 공식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법조비리사건으로 법조계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고 자정해야 할 때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법조삼륜이 유지해 온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이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변협은 이어 "법원과 검찰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노력해 왔으며, 변호사단체는 인권단체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 왔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장이 법원은 정권유지의 수단에 불과했고,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야 한다고 하며,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일련의 발언을 한 것은 우리나라 법조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부를 책임지고 이끌 자격과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변협은 결론적으로 “이에 우리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이래 계속되어 온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 전체의 불신을 초래해 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의 이같은 이 대법원 사퇴 요구는 당초 예상됐던 '공식 사과' 수위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변호사계의 또다른 축인 민변에서도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나 아직 공식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유감"

정상명 검찰총장은 21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후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진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도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유감 입장을 밝혔다.

정 총장은 이어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차분히 우리를 되돌아보고 우리에게 맡겨진 본연의 임무를 흔들림없이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장 입장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기획관급 이상 간부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회의에서도 변협 못지 않게 강경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으나, 감정적 대응이 자칫 법조계 내분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유감’ 선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변협과 검찰이 강력 대응함에 따라 향후 이 대법원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이 공식해명 등의 진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갈등이 한층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