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조선일보>, MB가 '구제역 근본대책' 세웠다?"
"식견 높은 대통령 알아보지 못한 공무원들, 이제 목 내놓게 생겨"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강원도로 번진 다음에도 꾸물꾸물하다가 12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심층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일부 시·군에 한해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전국 백신접종 방침도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한 뒤 13일에야 정해졌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쯤 되면 유정복 농림수산부장관은 이미 속죄양(贖罪羊)이 된 셈이다. 유난히 소고기와 소에 대해 식견이 높은 대통령을 알아보지 못한 축산관련 공무원들도 이제 모두 목을 내놓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나아가 "조선은 앞서 지난 12월 24일 사설에서 우리는 이미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었으니 우리도 이제는 동남아 사람들처럼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전과 다름없이 안심하고 먹어서 우리 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이런 사설을 읽다보면 ‘유리 집’ 속에서 세상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쓴 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청정국가 호주에서 만든 사료를 먹이는 것처럼 사람들도 청정국가에 기른 쇠고기·돼지고기를 찾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툭하면 OECD 국가이고 G20 국가임을 강조하더니 고기 먹는 것은 후진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병적(病的)"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그동안 보수지와 공중파TV가 구제역 보도를 외면한 대목을 꼬집으며 "동물 전염병마저 정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되었는지, 공영방송과 메이저 신문에선 제대로 다루지 않으니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구제역 근본대책'도 MB 덕분?
작금의 구제역 사태는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곧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의 책임이요 관계 장관의 책임이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동물 전염병마저 정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되었는지, 공영방송과 메이저 신문에선 제대로 다루지 않으니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간 구제역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이 구제역에 대해 동시에 말문을 열었다.
동아 사설(‘구제역에 유린당한 한국축산’)은 “초기에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정책 실패”라고 하면서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도 책임이 크다고 했다. 특히 피해 농민에 대한 “100% 실비보상이 농민들의 무사안일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구제역이 확산될 대로 확산된 후인 1월 6일에 ‘구제역 확산, 정부 정치권 농가의 공동책임’이란 사설을 내보냈는데 가축전염병을 제때에 개정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후인 1월 6일 사설에도 ‘백신’이란 단어는 없는데, 정부가 초기 방역에 실패함을 인정하고 백신 접종을 하고 나자 비로소 초기 예방접종을 들고 나왔으니, 전형적인 뒷북 사설이다.
오늘(1월 27일) 조선 사설(‘구제역 대재앙이 보여준 위험천만 대한민국’)은 구제역 근본대책이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강원도로 번진 다음에도 꾸물꾸물하다가 12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심층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일부 시·군에 한해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전국 백신접종 방침도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한 뒤 13일에야 정해졌다.” 조선 사설은 또한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의 경우를 예를 들어서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쯤 되면 유정복 농림수산부장관은 이미 속죄양(贖罪羊)이 된 셈이다. 유난히 소고기와 소에 대해 식견이 높은 대통령을 알아보지 못한 축산관련 공무원들도 이제 모두 목을 내놓게 생겼다.
조선은 앞서 지난 12월 24일 사설에서 우리는 이미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었으니 우리도 이제는 동남아 사람들처럼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전과 다름없이 안심하고 먹어서 우리 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는 구제역 발병으로 구제역 청정국 지위는 잃은 상태다...사람이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날로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다...정부가 이런 과학 지식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 잘못된 상식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국민도 평소와 다름없이 쇠고기·돼지고기를 소비해 축산농가의 위기 극복을 돕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이런 사설을 읽다보면 ‘유리 집’ 속에서 세상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쓴 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청정국가 호주에서 만든 사료를 먹이는 것처럼 사람들도 청정국가에 기른 쇠고기·돼지고기를 찾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툭하면 OECD 국가이고 G20 국가임을 강조하더니 고기 먹는 것은 후진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병적(病的)이다.
한편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최근 주교회의 누리집에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성찰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한겨례 1월 27일자 기사) 강 주교는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농민들과 수의사들과 공무원들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밤잠을 못 이루고 불안과 충격 속에 헤매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이런 대량도살은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도리에 한참 어긋나는 일임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다”면서 “육류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지구상에 수천만 명의 인간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지구 곡식의 3분의 1가량이 가축의 사료로 소비되고, 중남미에선 소 방목용 목초지 개발로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미주·호주에선 소 방목으로 사막화가 발생하는 등 창조 질서에 심각한 무질서와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김황식 총리가 “왜 천주교 주교가 동물 전염병 문제에 나서나”라고 한 말씀 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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