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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대행 불참, 맥빠진 헌법재판소 국감

[국정감사] 주선회 "권력분립 및 사법권독립 이유로 참석 못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논란에 대한 집중 질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권력분립 및 사법권 독립'을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법사위원들의 원성을 샀다.

서상홍 사무처장 양시론 "제가 황희 정승은 아니지만 그 말도 일리 있다"

주선회 소장 직무대행 대신 답변에 나선 서상홍 사무처장은 전효숙 파동과 관련, 각 위원들이 말하는 다른 주장마다 "제가 황희 정승은 아니지만 그 말도 일리 있다"며 소신있는 답변을 피해 위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서 사무처장은 전효숙 후보자를 재판관에서 사퇴시키고 소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상의했다는 발표에 대해 "헌재가 의견을 내 청와대와 상의, 협의한 일은 없었다"며 "신문보도는 완전히 오보"라고 부정했다. 그는 그러나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지 사적으로 협의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말하면, 전 후보자와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재판관직 사퇴를) 결정한 후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재판관직에서 사퇴하고 새로 임명받는 걸로 결정했다고 저에게 말해 잘 했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했다.

임기논란 "원칙적으로 재판관 잔여임기로 봐야 한다"

그는 '기존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면 임기는 잔여임기로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원칙적으로 보면 잔여임기로 봐야 한다"고 답해,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관직을 사퇴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대법원장은 6년 임기를 헌법에 명시한 것과 달리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명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 사무처장은 "헌재소장은 특별한 의미 부여보다 재판관 9명 중 한 명이라는 뜻으로, 헌재소장과 대법원장은 기능면에서 다른 역할을 한다"고 답변했다.

소장 임기에 대한 관련 법령이 문제점도 지적됐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재판관 임기가 6년이고 정년은 65세까지인데 재판관 임기 관련 문구는 헌법에 있고, 정년 관련 법안은 헌법재판소법에 있다"며 "그러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헌법에서 보장한 임기 6년이 더 우선돼야 하지 않나"라고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서 사무처장은 "해석상으로는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아무도 노 의원 같은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고 검토해 보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주선회 "권력분립 및 사법권 독립의 헌법원리에 어긋나 출석 안해"

이날 국감에서는 주선회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의 출석여부를 놓고 위원들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주선회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은 이날 안상수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국감 관련사항 통보에 대한 회신 공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장이 인사말을 하는 외에 재판 및 사법행정에 관한 질문에 직접 출석하여 답변하는 것은 권력분립 및 사법권 독립의 헌법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부득이 이에 응할 수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 소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감에서 인사말만 한 후 빠져나갔고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사무처장이 대신 답변했다.

이에 법사위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김동철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는 "헌재의 공문은 국회의 권위 내지는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적 감시라는 정당성을 짓밟은 것"이라고 항의했고,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감에서 헌재소장이 나와 답변해야 한다는 것은 국감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이다"라며 "사무처장이 나와선 답변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서상홍 사무처장은 "재판 그 자체는 국감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국감 대상은 사법행정업무 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위원들의 더 높은 원성을 샀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헌재 사무처장의 국감 인식이 크게 잘못됐다"며 "헌법과 법률에는 재심 규정도 있고 판결을 번복해 새로 판결하는 경우도 역사에서 무수히 볼 수 있다"며 "왜 판결이 국감대상이 되지 않나. 다만 진행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이 있다면 관여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원들의 거듭된 사과요구가 있자 서 사무처장은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 드리겠다"며 상황을 넘겼다.

한편 오후 3시에 속개된 보충질의에서도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행은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헌법을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은 이런 국민들의 대표기관인데 의원들이 헌법상 주어진 권한으로 헌재 업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인지 답변해 주길 바란다"며 "이는 헌재가 국민을 무시하고 어떤 울타리 안에 안주해서 권한남용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성토했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도 "헌재는 극단적 권력분립 논리에 휩싸여 있다"며 "이는 권력분립이 아니라 권력고립"이라고 비판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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