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도적 국가범죄 특례법’, 국회서 '쿨쿨'
"국가범죄 소멸시효 없애야"
지난 해 7월 국회에 제출된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 대표발의, 여야의원 1백46명 서명)이 법안 제출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있다.
"국가범죄 소멸시효 인정은 독재정권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이하 계승연대)와 의문사유가족대책위(이하 의문사대책위)는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인도적 국가범죄 특례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계승연대와 의문사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되고 15개월 여가 경과되도록 입법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며 이 자리에 섰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재발을 방지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제도와 구조를 만들기는 커녕 수수방관 하는 것은 인권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인권유린과 고문-조작 사건인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여전히 범죄혐의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하는 절름발이 사법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가범죄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렇게 특례법 통과를 촉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 관계부처에서 속속 과거사 진상 규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던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과거사 문제가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형식법의 테두리에 갖혀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 최근들어 소멸시효 인정 전향적 판결 잇따라
법원은 원칙적으로 과거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도적 범죄에 있어 소멸시효 완성 이유를 들어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고 최종길 교수 의문사 사건과 수지 김 사건에 있어 배상시효를 깨고 국가가 유가족에게 일정부분을 배상하라는 전향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 2월 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고 최종길 교수의 부인 백경자(70)씨와 아들 최광준(41) 경희대 교수 등 유족 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소멸 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원칙(서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 원칙)에 반한다”며 “원고들에게 18억4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가족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판단이었다.
반인도적 국가범죄 등 일련의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현행법은 손해배상 청구시점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유신정권이 끝난 1979년까지는 소송이 어려웠다고 해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검찰에 최 교수 의문사 사건을 진정한 1988년 이후에는 장애가 사라졌다며 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상황을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이해한 것”이라며 “중정(중앙정보부)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점, 공권력의 최후 보루인 검찰도 형식적 조사로 진실을 전혀 밝히지 못한 점, 유족들은 2001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를 하기 전까지 중정의 핵심정보에 접근하거나 진실을 알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할 때 유족들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가 있는 2001년 이전까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다”며 유가족측이 제기 할 수 있는 국가배상 청구 시효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앞선 2003년 ‘수지 김’ 사건에 있어서도 소멸시효 배제를 인정하는 전향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1987년 발생한 '수지 김' 사건에 대해 “국가가 위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원칙상 위배된다는 이유로 4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적 안정성, 정치적 의도 공방으로 특례법 통과는 요원
그러나 법원의 이같은 전향적 판결은 어디까지나 유가족 등이 낸 개별 소송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또 원심과 상급심간의 판단이 어긋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과거 국가범죄에 따른 소멸시효에 대한 법 조문이 마련돼 있지않아 언제나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 소멸시효를 완전히 없애자는 해당 특례법은 그러기에 더욱 의미가 큰 법안인 셈이다. 국제사회 역시 집단학살, 고문 등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배상 시효는 물론 형사적 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공소시효 자체를 정지시키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들어 해당 특례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특례법안 제정의 열쇠를 쥐고있는 국회에서도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여당이 이 특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과거사 정리'"라는 정치적 의도를 들며 특례법 통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띠고 있다.
"국가범죄 소멸시효 인정은 독재정권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이하 계승연대)와 의문사유가족대책위(이하 의문사대책위)는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인도적 국가범죄 특례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계승연대와 의문사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되고 15개월 여가 경과되도록 입법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며 이 자리에 섰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재발을 방지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제도와 구조를 만들기는 커녕 수수방관 하는 것은 인권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인권유린과 고문-조작 사건인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여전히 범죄혐의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하는 절름발이 사법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가범죄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렇게 특례법 통과를 촉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 관계부처에서 속속 과거사 진상 규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던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과거사 문제가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형식법의 테두리에 갖혀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 최근들어 소멸시효 인정 전향적 판결 잇따라
법원은 원칙적으로 과거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도적 범죄에 있어 소멸시효 완성 이유를 들어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고 최종길 교수 의문사 사건과 수지 김 사건에 있어 배상시효를 깨고 국가가 유가족에게 일정부분을 배상하라는 전향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 2월 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고 최종길 교수의 부인 백경자(70)씨와 아들 최광준(41) 경희대 교수 등 유족 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소멸 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원칙(서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 원칙)에 반한다”며 “원고들에게 18억4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가족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판단이었다.
반인도적 국가범죄 등 일련의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현행법은 손해배상 청구시점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유신정권이 끝난 1979년까지는 소송이 어려웠다고 해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검찰에 최 교수 의문사 사건을 진정한 1988년 이후에는 장애가 사라졌다며 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상황을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이해한 것”이라며 “중정(중앙정보부)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점, 공권력의 최후 보루인 검찰도 형식적 조사로 진실을 전혀 밝히지 못한 점, 유족들은 2001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를 하기 전까지 중정의 핵심정보에 접근하거나 진실을 알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할 때 유족들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가 있는 2001년 이전까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다”며 유가족측이 제기 할 수 있는 국가배상 청구 시효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앞선 2003년 ‘수지 김’ 사건에 있어서도 소멸시효 배제를 인정하는 전향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1987년 발생한 '수지 김' 사건에 대해 “국가가 위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원칙상 위배된다는 이유로 4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적 안정성, 정치적 의도 공방으로 특례법 통과는 요원
그러나 법원의 이같은 전향적 판결은 어디까지나 유가족 등이 낸 개별 소송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또 원심과 상급심간의 판단이 어긋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과거 국가범죄에 따른 소멸시효에 대한 법 조문이 마련돼 있지않아 언제나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 소멸시효를 완전히 없애자는 해당 특례법은 그러기에 더욱 의미가 큰 법안인 셈이다. 국제사회 역시 집단학살, 고문 등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배상 시효는 물론 형사적 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공소시효 자체를 정지시키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들어 해당 특례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특례법안 제정의 열쇠를 쥐고있는 국회에서도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여당이 이 특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과거사 정리'"라는 정치적 의도를 들며 특례법 통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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