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비하 발언에 직격탄을 날리자, 청와대와 친노 의원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친노-반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병완 "김근태 발언 상당히 유감"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 대통령의 신당 반대 발언을 김근태 의장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정계개편, 통합신당 문제가 열린우리당의 법적, 역사적, 정책적 정체성을 유지발전시키는 과정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역주의, 지역당으로 회귀하는 통합신당 논의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전날 노대통령 발언을 풀이했다.

이 실장은 이어 화살을 열린우리당으로 돌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내에서 몇달째 정계개편, 통합신당 논의들이 무성했지만, 그 실체에 대해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고, 어느 분도 말씀을 해주신 분이 없다. 대개는 민주당과의 통합문제를 얘기하는 분들도 많다"며 "그런 차원에서 어제 대통령이 하신 말씀에 대해 당이 그렇게 대응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실장은 또 "정계개편, 통합신당에 대한 무성한 얘기들이 있었지만 당론을 거쳐서 얘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적 정치 입지를 위해서 대통령과의 구시대적 차별화 전략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을 만한 발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김근태 의장 발언을 '임기말의 정략적 차별화'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개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통령을 흔들고, 차별화하는 전략은 과거에도 그랬고 정치사에서 성공한 적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는 구조"라고 비난했다.

이 실장은 이렇듯 열린우리당과 김 의장을 비난하면서도 "대통령은 우리당에 대한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바가 없다"고 덧붙여,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이 당을 떠날 생각이 없음을 재차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의 이같은 반박 기자회견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돼, 노무현-김근태 전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광재 "김근태 물러나라"

열린우리당내 친노세력들도 즉각 노 대통령을 적극 호위하며 김근태 의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이날 "당내 최장수 당의장 중 한 사람으로서 당의 미래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었음에도 지지도를 반토막 내버렸다"며 "당의 무기력한 상황을 개선하기는 커녕 당이 어디로 갈지 아무런 지향점과 노선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한 뒤 김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표적인 당내 친노세력인 참여정치실천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당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최근 당과 대통령 사이에 조성된 갈등상황에 개의치 않고, 끝까지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개혁의 창당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30일 참정연의 김태년 의원은 김근태 지도부에 대해 "정계개편에 골몰하여 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당헌개정을 만들어 내고 대통령, 청와대와 대립하며 탈당권유니 최후통첩이니 하는 쓸 곳 없는 용기와 불필요한 관심을 거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책임과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김근태 지도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참정연은 오는 8일 김근태 비대위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진성당원제를 약화시킨 것을 비난하는 대규모 집회를 당사 앞에서 갖는다는 예정이어서 친노-반노 진영간 싸움은 조직전 양상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