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자매지인 <스포츠조선>이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씨 동생 홍석규 회장의 '취중 실태'를 1면 톱 기사로 통렬히 비판하고 나서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조선> "홍석규, 취중에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 퍼부어"
<스포츠 조선>은 4일 오후 발행된 5일자 신문 1면에 '홍석규 음주추태'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 오너인 홍석현씨 동생인 홍석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 겸 보광그룹회장이 "취중에 본지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톱기사로 전한 뒤, 27면 톱기사를 통해 지난 2일 있었던 일본 만찬 술자리에서의 폭언 사태를 상세히 소개했다.
<스포츠 조선>에 따르면, 홍회장은 지난 2일 ‘교라쿠컵 제 7회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항 제’1라운드 후 미디어 초청 저녁 만찬을 주최한 자리에서 “<스포츠조선>은 죽은 미디어다. <스포츠조선>은 <조선일보>의 후광을 믿고 설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홍회장은 첫대면한 <스포츠조선> 여기자와 인사를 나눈 후 폭탄주를 돌렸으나 당시 여기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폭탄주를 거절했다. 옆 테이블에서 이미 폭탄주를 여러잔 마시고 온 홍회장은 문제 발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홍회장은 “휘닉스파크가 개장하자마자 <스포츠조선>이 휘닉스파크가 안전에 미비하다는 등 기사를 썼다. 너무 화가 났는데 이는 광고때문이다”며 폭언을 계속했다. 이에 <스포츠조선> 기자가 “기사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나중에 따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항의를 하라”고 말했지만 홍회장의 일방적 발언은 계속됐다. 옆에서 다른 기자들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임원이 만류했지만 홍회장은 “그런 기사가 나온 것은 스포츠조선이 광고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스포츠조선> 기자가 항의하자 홍회장 대신 협회 임원이 나서서 “조선일보 광고 문제를 갖고 스포츠조선에 화를 내는 것인것 같다”며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잠시 후 주위사람들의 만류로 홍회장은 다른 테이블로 건너갔고 <스포츠조선> 기자는 그 자리를 중간에 떠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포츠조선>은 이와 관련, 기사에서 "홍회장이 언급한 기사는 본지가 지난 11월 29일자로 보도한 휘닉스파크 스키장 조기개장에 따른 후유증을 지적한 것으로, 언론 본연의 책무를 다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지난 3일 발생한 포천베어스타운 리프트 추락 사고에서도 보듯, 스키장의 안전문제는 스키시즌을 앞두고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안이었다. 휘닉스파크를 비롯한 강원도 평창지역 스키장의 치열한 개장 경쟁은 그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들 지역 스키장은 분위기 선점을 위해 대입 눈치작전이나 무슨 007 작전을 벌이듯 개장시기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때문에 서울 본사 홍보실 직원도 모르는 사이 스키장 개장이 전격 결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전례를 조목조목 소개한 <스포츠조선>은 "이 기사는 광고게재와 전혀 관계없이 스키장의 안전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석규 회장이 '폭탄주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로부터 총공세를 받기 시작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홍석규는 '바다이야기' 상품권 주범"
<스포츠조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홍석규는 누구인가'라는 별도의 박스를 통해 홍 회장의 전력을 상세히 소개하는 과정에, 최근 파문을 빚은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보광그룹 계열사가 문제의 상품권 발행업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또한 보광그룹의 탈세 사실도 적시했다.
<스포츠조선>은 "보광그룹 회장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인 홍석규씨(50)는 고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4남으로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의 막내동생이자 삼성 이건희 회장과는 처남 매부지간"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조선>은 이어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74학번)를 졸업한 후 79년 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 의전과에서 외교관 생활 시작, 95년 외무부 기획조정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상무이사로 회사 경영에 뛰어들어 지난 2004년 회장으로 승진, 오너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또 제 8대 KLPGA 회장에 올랐으며 대한스키협회 부회장 한국광고업협회 부회장, 서울대 기성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조선>은 특히 "보광그룹은 편의점인 훼미리마트,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 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도 보광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스포츠조선>은 "홍씨가의 주력은 중앙일보 그룹이지만 실제 계열사 규모나 자금력을 볼때 주력그룹은 보광그룹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보광그룹은 지난 99년 탈세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홍석현 보광그룹회장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일가와 함께 2백62억원을 추징당하고 자신은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마침내 <중앙일보>에 칼 빼 들었나
언론계에선 <스포츠조선>의 이같은 보도가 홍석규 회장의 단순 취중 폭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대방 오너 일가 문제는 가능한 한 덮고 넘어갔던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스포츠조선> 보도는 노무현 정권시절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에 대해 누적됐던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홍석현 <중앙일보> 전회장이 노무현 정권 초-중반에 노 정권과 밀월관계를 구가하며 홍석현 전회장이 노 정권의 주미대사를 맡아 유엔 사무총장 꿈을 키웠던 대목에 비판적 태도를 가져왔다.
특히 홍 회장이 재임기간중 신문 구독료를 대폭 인하해 <조선일보> 재정에 타격을 가한 대목에 이르러선 거의 적개심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터져나온 홍씨 일가에 대한 공격은 그동안 누적됐던 불만과 적개감의 표출로 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언론계에서는 홍석현 회장이 연말연초께 M&B 등 <중앙일보> 관련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공세가 가세진 대목을 중시하며 향후 홍석현씨 및 <중앙일보>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