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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무능한 거냐?"

<현장> 아파트값거품빼기 2차 시민대회, '열심히 살아온 죄'

“20년간 열심히 일하고 1년 열두 달 허리띠 졸라매며 꼬박꼬박 저축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져간다. 주위에서는 내가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정말 무능해서냐? 20년간 맞벌이하며 먹고 싶은 거 제대로 안 먹고, 애들 학원비 줄여가며 사고 싶은 것도 줄이고 살아 와도 무주택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결국 내가 무능해서냐?”

'투기 한번 안하고 열심히 살아온 자의 무능'

아파트값거품빼기 국민행동 2차 시민대회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꼭 할 말이 있다"며 예정에 없던 시민발언을 신청한 류동훈(48)씨는 참석한 70여명의 시민들에게 여러 차례 '투기 한번 안하고 열심히 살아온 자의 무능'을 이야기했다.

팔순 노모와 부인, 딸 셋을 둔 가장 류씨는 "강북 부동산 광풍의 근원지인 노원구에서 왔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그럭저럭 대학 나와 20년간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10년간 맞벌이를 하며 내 집 장만의 꿈을 키워왔는데 정부정책만 믿다가 여전히 무주택자로 살고 있다”며 “서민들의 희망이 이렇게 꺽여서는 안된다”고 절규했다.

그는 "20년간 그 흔한 투기 한번 안하고 아이들 학원비 줄여가며 살아온 나 같은 서민들이 무주택자의 서러움을 못 벗어나는 것은 내가 무능해서인가, 정부가 무능해서인가"라고 반문하며 "차라리 내가 무능해서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없는 서러움을 20년간 겪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책 당국에 호소한다”며 “공공보유주택을 늘리고 공공.민간 모조리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며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원가공개를 안하는 것인가”라고 절규했다.

이날 시민대회는 다양한 문화공연 위주로 1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최병성 기자


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아파트값 거품 빼기 국민행동 2차 시민대회'.ⓒ최병성 기자


길거리 즉석 투표에서도 '부동산 5적' 1위는 盧대통령

지난 11월 25일 5백여명이 참가한 1차 시민대회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날 시민대회는 다양한 문화공연을 곁들인 촛불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식전행사로 아파트값 안정을 희망하는 문구를 적어 나무에 걸어놓는 ‘희망나무 꾸미기’ 행사가 열렸고 본행사는 인디밴드들의 공연과 동영상 상영을 거쳐 1시간가량 진행됐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시민대회가 집회 형식을 통해 집 없는 서민들의 분노와 절망을 표출하는 자리였다면 오늘은 그걸 뛰어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의 '모르쇠' 때문에 아직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름을 절감해야 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분노는 이날 시민대회가 열리는 교보문고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상대로 ‘아파트값 거품내리기 모임(아내모)’ 회원들이 실시한 ‘부동산 5적(五賊)’ 선정 즉석 투표행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아내모가 선정한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 등 총 19명.

즉석투표에서도 앞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와 비슷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1위, 이헌재 전 장관이 2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위를 기록했다. 아내모는 이날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 ‘부동산 5적’에게 선정이유을 담은 인증서를 보낼 예정이다.

아파트값내리기모임 회원들의 부동산5적 즉석 투표행사.ⓒ최병성 기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 아내모와 10대 정책협약 체결

이날 시민대회에 앞서 경제학과 도시주택을 전공한 2백15명의 교수들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 망국' 위기의 도래를 경고하며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한 정부-정치권의 긴급 회동을 촉구하는 교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부응하듯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행사에 참여해 아내모와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모든 주택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10대 부동산정책 협약'에 서명했다.

아파트 분양가 낮추기 정책 협약-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 중심의 주택 정책을 위하여

1.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종합부동산세제 및 양도소득세제 근간의 유지
2. 공공 조성 택지 및 주택의 분야원가 공개 그리고 국민주택규모에는 분양가 심사제 실시
3.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국민주택 규모 이하 공급 및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4.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 및 1가구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
5. 무주택자 우선의 청약가점제 즉시 실시, 과열청약경쟁을 막기 위한 청약예금 배수제 부활, 재당첨기간 제한 등 청약제도 개편
6. 신규분양주택의 전매 금지
7. 토공 및 주공의 기능재편을 통한 공적 토지 및 주택 공급기능 강화
8. 신규 주택 관련 사업시행자제도, 표준건축비, 가산비용 산입제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
9. 채권입찰제 폐지 및 적정이익을 보장한 최저입찰제 도입 검토
10. 합리적인 재건축/재개발 제도 마련 및 추가 용적률 적용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보


아내모는 다른 대선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정책협약 체결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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