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안희정 씨가 노 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 비판을 "빨갱이 사냥"에 비유하며 "노대통령보다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정직한 사람을 못 봤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오비이락인가,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노 대통령은 사술 안부리는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격찬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은 늘 외롭게 투쟁했다”
안희정씨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이어 같은 날 저녁에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의 기고를 통해 “끝까지 친노를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1년간 복역, 지난 2004년 12월 출소한 뒤 언론 노출을 극도로 피했던 그가 친노매체와의 인터뷰 및 기고를 통해 조직적으로 '노무현 구하기'에 나선 양상이다.
그는 <데일리서프라이즈> 기고문에서 우리당과 참여정부에는 집권주도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30년 상도동과 동교동계가 존재했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제도가 뒷받침해 주었다. 그나마 젊은 참모들이 대통령 주변에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려고 하면, 언론이 386 애송이들이 다 해먹는다고 공격하고 똑같은 목소리로 당내의 선배 정치인들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유명 대학 출신도 아니고 70 ~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계선 조직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동년배 선후배 정치인들이 볼 때에 노무현 대통령은 늘 충고와 훈수를 해야 할 사람이었던 모양"이고 "그래서 그분을 받드는 젊은 참모들은 늘 대통령의 혜안을 어지럽히는 철없는 사람이란 공격을 안에서도 밖에서도 받게 되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노대통령이 5.7% 지지율밖에 못받는 것도 '비주류 출신' 때문이라는 식의 강변이다.
그는 "이런 조건 속에서 그는 늘 외롭게 투쟁했다. 아마도 그 분의 외롭고 고독한 투쟁에 노사모와 386이라는 신진 참여 정치세력들이 결합하게 된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외롭게 걸어온 정치역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는 늘 기성 사회질서 속에서 소수였다"며 "늘 새로운 사고를 했고 늘 정직하게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며 학연, 혈연, 지연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유지되는 사회보다는, 기치와 명분으로 하나가 되는 정치, 법과 제도로 운영되는 국가가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노대통령보다 예의 바르고 겸손한 사람 못 봤다"
안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노 대통령의 품성을 극찬했다.
안씨는 "말이 가볍다느니 뭐가 어떻다느니 하며 온갖 흉들을 다 보지만, 나는 우리 대통령만큼이나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정직한 분을 보지 못했다"며 "수많은 의원이 자신들의 비서를 철마다 갈아치우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해 온 젊은 참모들은 1988년, 18년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변함없이 그분을 존경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서들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는 노 대통령이 더없이 존경스럽다는 식의 논리다.
'노무현 구하기'에 적극 나선 안희정씨. ⓒ연합뉴스
열린당의 노무현 비판을 '빨갱이 사냥'에 비유도
그는 이어 화살을 최근 '친노'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로 돌려 "친노 그룹이란 이름이 따로 붙어있는 걸 보면 일부의 정치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당내에서 친노라는 이름을 내걸면 분란이 일어나고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다 보니 웬만하면 친노그룹이란 이름에 끼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하고 어떻게 다음의 정치가 있을지 나는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심한 '과거의 친노'들에 대한 비난이다.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은 가지고 있던 지방자치단체장을 모두 잃었고 이어 8.8 보궐선거에서도 모두 졌다. 그러나 노무현 당시 후보는 민주당을 깨자고도 하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이 후보를 갈아치우자고 달려들었다"고 2002년 상황을 회상한 뒤,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겠다는 게 마치 주홍글씨를 이마에 붙이는 일과도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당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노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비난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개성을 가진 존재이며 개성이 아름답게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선진국"이라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성은 죄악인 듯하다. 사람의 개성 위에 혐오의식을 덮어씌워 마녀사냥 하듯 해 온 지난 4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언론권력과 야당의 협공에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면, 우리가 당을 같이하는 동지일 수 있겠냐"며 "특정 이념을 빨갱이 사냥하던 시절과 무엇이 다르냐"고, 열린우리당의 노무현 비판을 '빨갱이 사냥'에 비유하기도 했다.
안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내가 한 일은 고작 감옥 갔다 온 것밖에는 없지만…"이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나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이고 젊은 동지이고 싶다. 친노라는 이름이 주홍글씨가 되어버리는 우리당의 현실 속에서 말 안 해도 될 일이나, 나는 끝까지 친노를 하겠노라고 선언한다"로 글을 끝맺었다.
이재오 "盧는 사술 안부리는 좋은 사람"
안씨의 '노무현 예찬'은 워낙 노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데 대한 최측근의 방어로 이해가능하나, 비슷한 시기인 8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노 대통령은 남에게 사술을 부려서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며 “인간적으로 노대통령은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한, 좋은 사람”이라고 극찬해 정가에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고뉴스>와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과 재야시절을 함께 보냈다며 “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시절 사건이 생기면 의뢰하기도 하고 세미나나 강연을 같이 했다”며 “정치적 능력이나 정치적 판단에서 견해가 많이 차이가 나서 그렇지…”라면서도 노대통령을 이같이 높게 평가했다.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의 '조기 하야' 시사 발언 직전에 “대통령이 하야하면 대선을 빨리하면 된다"고 말해, 정가에 노 대통령이 유사시 이명박 전시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는 다른 여야 대선주자들의 강한 의혹을 산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극찬하고 나서 정가에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