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식집계 피해인원 34만명, 피해액 4조원에 이르며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제이유네트워크의 피해자들이 공정위의 ‘고의과실’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제이유네트워크와 공정위 관계자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에 연이어 악재가 겹치며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들의 소송에는 위베스트인터내셔널, 다이너스티인터내셔널, 디케이코퍼레이션 등 유사 규모 회사의 피해자들도 참여해 총 1천2백41명이 4백99억원을 손배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20일 서울 상도동 제이유사업피해자 전국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특히 다단계 업체들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공정위를 맹비난했다.
다단계 피해자들 "공정위가 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피해자 양산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0년부터 다단계업체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하고 유착관계에 빠지면서 거리에 수십만명의 피해자가 양산됐다”며 “국가기관의 유착과 방조는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공정위는 2004년 초기부터 공유마케팅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 차례에 걸쳐 이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이를 방조했다”고 성토하며 “수많은 가정이 파탄나고 신용불량이라는 굴레에 빠져버렸다”고 밝혔다.
제이유, 위베스트인터내셔널, 디케이코퍼레이션 등 다단계 업체 피해자들이 20일 서울 상도동 대책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를 상대로 4백99억원의 손배청구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최병성 기자
이날 피해자들은 그간의 공정위의 과실을 공개하며 과실의 고의성 여부와 배경이 검찰수사를 통해 규명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04년 초부터 제이유네트워크의 공유마케팅에 대한 불법성 여부가 쟁점이 됐지만 정작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그 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다단계 마케팅 잡지에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2004년 다단계업체의 유관업체인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 공유마케팅 영업방식의 형법상 사기죄 및 방문판매법 위반 소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공식답변을 하지 않았다.
2005년 2월에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도 제이유네트워크, 위베스트인터내셔널 등 공유마케팅 회사가 매출액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지만 직권조사나 시정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 사후약방문식 시정조치로 다단계 시장 키워"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04년부터 4차례의 시정명령을 내리고 제이유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05년과 2006년에 두 차례에 걸쳐 수십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이미 피해사례가 확산되고 주수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내사 착수 시기 이후 취해진 조치여서 유착의혹과 비난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결국 이 같은 공정위의 관리 소홀이 다단계 시장의 불법영업에 힘을 보탰고 시장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공정위가 사실상 다단계 업체들의 방패막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양종환 제이유피해자모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다단계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금융피라미드형 다단계 업체에 2천개에 달한다”며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그때그때 조치만 취했어도 이 정도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진원 비대위 부위원장도 “공정위의 직무유기로 주수도 회장은 작년 12월, 다시 JU 피닉스, JU 백화점 등 똑같은 방문판매사업 법인을 다시 등록해 버젓이 JU 그룹을 유지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며 “공정위를 비롯한 판매공제조합 등 방문판매업체들을 관리ㆍ감독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의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한경수 변호사는 “제이유 네트워크의경우 2005년 1월 검찰이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때 공정위가 시정이나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면 적어도 1년 이상 추가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공유마케팅 확산을 방조한 점에서 명백히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검찰, 공정위-제이유 유착관계 본격 수사 착수
한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진모)는 이날 서울YMCA가 공정위와 제이유의 유착의혹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함에 따라 공정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YMCA는 제이유 사건을 “공정위에 의해 허용되고, 공정위의 정책적 뒷받침과 유착에 의해 성장하고 공정위의 직무유기와 행정 책임의 태만에 의해 피해가 극대화된 사기사건”이라며 공정위와 제이유의 유착관계를 19일 검찰 고발했다.
서울 YMCA는 수사의뢰서에서 지난 2002년부터 ▲특수거래보호과 과장의 주도하에 특수판매공제조합 운영비 명목의 돈 13억 5천만원을 과장 개인 명의의 통장에 유치한 점▲특수거래과 과장의 주도하에 정생균 제이유네트워크 대표를 초대 조합 이사장에 앉힌 점 ▲공정위 담당 공무원을 공제조합의 당연직 임원으로 두고 회의비를 수수한 점 등 수십여개에 달하는 유착 혐의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공정위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을 개정하면서 과다한 후원 수당 지급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가격 제한을 완화한 경위를 포함한 공정위의 관리감독 업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