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5일 오전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강재섭 대표의 ‘동물(낙지)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무슨 발언? 나는 못 들어봤는데... 신문에 다 났어요? 오늘 조간에 다 났어요?”라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모 기자가 “방송에도 났습니다”라고 대꾸하자 이 전 시장은 “가서 신문 봐야겠네요”라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이에 기자가 이 전 시장 캠프측 관계자에게 “어제 전화통화에서는 캠프쪽 사람들이 다 알던것 같은데, 왜 이 전 시장만 모르는 거냐”고 묻자, 해당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모른다는 것도 기사 되겠네”라고 받아넘겼다.
전두환, “주변 사람들이 이제 하나 둘 떠나더라...”
한편 전두환 씨를 예방한 이 전 시장은 약 1시간 가량 전 씨와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 날 오전 9시 50분께 연희동 전 씨 자택을 방문한 이 전 시장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건강하시죠? 건강하셔서 참 좋다”며 전 씨의 안부를 물었다. 전 씨 역시 이 전 시장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올해 황금 돼지 띠라고 하대? (나도) 황금돼지 한 마리 잡았어”라고 말을 꺼냈다.
응접실을 가득 메운 30여명의 취재진을 보고 놀란 이 전 시장은 “(신년 방문 중에서) 여기 기자가 제일 많이 왔네”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에 전 씨는 “이 시장 덕망이 높은 모양이네”라며 화답했다. 전 씨는 이어 탁자 앞에 놓인 녹음기들을 보며 “신년 인사하는데 녹음할 게 있어?”라고 취재진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이 전 씨에게 요즘 즐겨하는 운동을 묻자, 전 씨는 “골프”라며 “요즘 (일주일에) 한번씩 골프 치러 다닌다. (골프장은) 여러 군데 다닌다”고 답했다. 전 씨는 또 “나이들면 골프 운동이 제일 좋다”며 “주변 사람들이 이제 한 사람, 두 사람 씩 골프치는 사람이 없어져. 하나 둘 떠난다”라고 주변 지인들의 타계에 쓸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전 씨는 또 “올해 이 달 18일이 내 생일인데 77, 희수(喜壽)라고 하지?”라고 이 전 시장에게 묻자 이 전 시장은 이에 “요즘 70대는 젊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전 씨는 이에 “옛날에는 70이 고려장이잖아. 이제 음식도 잘 안먹히고, 술도 잘 안먹힌다”며 “이제 술은 3분지 1밖에 안 먹힌다. 나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라고 재차 노년의 쓸쓸함을 토로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이 “요즘 장례식 가면 다 90이 넘더라”며 덕담을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약 5분간 공개되고 곧바로 배석자 없는 독대로 들어갔다. 경호원들은 응접실을 가득메우고 있는 기자들을 “빨리 나가시라”고 재촉했고 기자들은 이에 “조금만, 조금만”이라며 두 사람 만남을 조금이라도 더 그림에 담기위해 실랑이를 벌였다. 이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전 씨는 취재진에게 “여기 녹음기도 가져가라”라며 극도의 보안(?)을 신경쓰기도 했다.
5일 오전 전두환 씨의 연희동 자택을 예방한 이 전 시장은 이 날 방문은 "전직 대통령 원로로서 인사드리려 온 거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동현 기자
한편 1시간 가량의 전 씨와의 독대를 마치고 나온 이 전 시장은 “전직 대통령 원로로서 인사드리려 온 거다”며 전 씨 방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말은 없었다”며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그는 또 ‘원희룡 의원의 세배 파문에 대해 전 씨에게 물어보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시간에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고 답했다. 그는 이어 당내 경선과 관련해서는 “당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며 최근 경선 방식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