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김영삼 전대통령을 만나 “평생 존경하는 대통령”(이명박), “선진국으로 가는 바탕을 깔아놓은 대통령”(손학규) 등 'YS예찬론'을 폈다.
그러나 이 과정에 YS의 IMF사태 발발로 초래된 국가 부채 급증 등을 김대중-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등의 '사실 왜곡'을 서슴치 않아 비난을 자초했다.
이명박의 사실 왜곡, "DJ-盧가 국가부채 급증시켜"
김 전대통령 등 과거 통일민주당 정치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동지회'는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연 신년회에 이명박 전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초대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이 자리에는 평생 존경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님과 김수환 의장님을 위시해 여러 선배들이 와 계시다”며 지난 1983년 전두환 군부에 맞서 23일간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언론에 밝힌 YS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국가적 위기 속에 결연한 지도자가 있어서 그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김 전 대통령을 거듭 추켜세웠다.
그는 또 “김영삼 대통령께서 물러나실 때 국가부채가 53조였다. 그런데 두 정권을 거치면서 지금 3백20조가 넘는 국가부채가 됐다. 오히려 10년동안 6배 국가부채를 만들어 놓은 살림살이를 살고 있다. 무엇을 보더라도 정권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 전대통령을 치켜세우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 터진 IMF사태 때문에 부실금융기관 등에 1백63조원의 막대한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게 되고 5백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꿔오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하게 된 대목을 숨긴 전형적 사실왜곡이었다.
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회에 참석한 손학규(왼쪽) 전 경기지사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김영삼 각하, 세계화로 선진국 바탕 만들어”
이어 발언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역시 정도차이는 있었으나 비슷한 오류를 범했다.
손 전 지사는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 각하를 모시고 우리 민주동지회 여러분들과 신년인사 드리게 된 것, 정말로 뜻깊고 감회가 깊다”며 “올해가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룩한지 20년 되는 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제 성년이 됐다. 그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서 김영삼 대통령 각하를 비롯해서 최형우 장관님, 여기 계시는 모든 민주동지 선배들께서 길거리에서 감옥에서 경찰서에서 정보부에서 병원에서 단식을 하면서 온몸을 바쳐서 이 나라 민주화를 이룩하신 분들”이라고 김 전 대통령 등의 민주화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 대통령 각하께서는 단지 민주화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이룩한 데 그치지 않고 민주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 나라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드셨다”며, 더 나아가 “(YS는) 이 나라를 세계화의 길로 나가서 선진국으로 가는 바탕을 깔아놓으셨다. 본인이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하는 길을 차단하셨고 청와대를 개방해서 이 정부를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정부로 만드셨다. 금융실명제를 통해서 깨끗한 정치의 초석을 마련해놓으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YS는)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세계화를 제창하고 우리나라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바탕을 만드셨다”며 “그런데 이제 민주주의 성년이 된 지금, 우리 김영삼 대통령께서 닦아놓으신 개혁과 세계화는 오히려 퇴보하고 마치 민주주의 세력이 무능하고 부패한양 국민들에게 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YS가 초래한 IMF사태로 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게 되면서 국부가 대거유출되고 신자유주의 대거도입으로 비정규직 등이 양산되면서 사회 양극화 등이 심화된 대목 등을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한 또하나의 사실왜곡이다.
YS "국민 소원은 盧 입 닫게 해달라는 것"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하며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노무현대통령)의 입을 닫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국민은 분노와 좌절과 체념 속에 하루하루 날짜를 새겨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노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다가온다는 것은 진리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하게 꿈과 희망을 말해야 한다”며 “친애하는 동지여러분, 올해 1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국가 장래에 중대한 해가 될 것이다.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우리 역사의 큰 분기점이다. 김정일과 김대중, 노무현과 가까운 세력에게는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날 '민주동지회' 신년회에는 최형우 전 장관,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수환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의원 외에 김동길 교수,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등 올드라이트를 포함해 1천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 분위기만 보면, YS는 국가와 수많은 가정을 파산시킨 IMF사태로부터 완전 면죄부를 받은 모양새였다.
이게 정치인과 정치꾼의 차이아닐까? 작은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치사해질 수 있는, 혹은 올바르지 못한 시각과 도덕관, 비뚤어진 욕심을 가진 자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것이 2007년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라는 작자들의 모습이다. 잘 보아두고 기억하자. 저런 이들이 지지도 상위권에 속해있는 우리 사회를.